8. 고혈압의 치료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혈압을 조절하여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심뇌혈관질환이 이미 발생한 환자에서는 혈압을 조절하여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고 재발을 막음으로써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은 환자일수록 혈압 치료에 따른 이득이 크다. 대부분의 고혈압 임상연구 결과 수축기혈압을 10~20 mmHg 정도, 이완기혈압을 5~10 mmHg 정도 낮추면 뇌졸중은 30~40%, 허혈성 심장질환은 15~20% 정도 감소한다. 대부분의 임상연구가 단기간 수행되었기 때문에, 5년 이상 장기간 고혈압을 치료할 때의 이득은 임상연구에서 관찰된 치료 효과보다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고혈압 치료에 따른 이득은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고, 특히 노인의 수축기단독고혈압 환자에서도 비슷하다. 고혈압 치료는 심뇌혈관질환의 예방을 위한 치료 중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
8.1. 고혈압 치료 계획
처음 혈압이 높게 측정되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가급적 진료실 이외 혈압 (가정혈압 또는 24시간 활동혈압)을 측정하여 고혈압 유무를 정확히 진단하여야 한다. 진료실 밖에서 측정된 혈압은 고혈압을 정확히 진단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고혈압 치료의 적정성 평가에 도움이 되며 치료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를 높인다.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인자, 동반질환, 고혈압 합병증 유무 등을 조사해야 한다<그림 3>. 진료실 혈압만 높은 백의고혈압 환자도 향후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3~6개월 간격으로 주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약물치료의 시작 시기는 혈압의 수치뿐만 아니라 심뇌혈관질환의 위험 인자 및 목표장기의 손상 유무를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약물치료는 위험인자 또는 동반질환 유무에 상관 없이 혈압이 140/90 mmHg 이상인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다. 고혈압 약물치료는 비약물치료 (생활요법)와 동시에 시행하여야 한다. 고혈압 환자의 삶의 질은 고혈압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 약의 영향 및 부작용, 환자-의사 관계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충분한 의사소통 및 정보 제공과 함께 약의 개수와 복용 횟수를 줄임으로써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고 혈압 조절률을 향상시켜 지속적인 치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8.2. 고혈압 치료의 시작 혈압
8.2.1. 고혈압전단계
혈압에 따른 심뇌혈관질환의 사망률은 115/75 mmHg에서 수축기혈압이 20 mmHg, 이완기혈압이 10 mmHg씩
증가함에 따라 2배씩 계속 증가한다. 따라서 혈압이 120/80 mm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의 발생과 심혈관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생활요법을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고혈압전단계에서 약물치료를 시행하면 고혈압으로 진행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조기 약물치료의 효과에 대한 증거는 부족하다. 중위험군을 대상으로 시행된 HOPE-3 (Heart Outcomes Prevention Evaluation-3) 연구도 약물치료의 효과는 없었으나 추가 분석 결과 140 mmHg 이상의 환자에서 약물치료의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당뇨병전단계 및 당뇨병, 뇌졸중 환자,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환자에서도 고혈압전단계에서의 약물치료 효과는 명확하지 않고 일관된 치료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므로, 혈압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할 때는 비용효과적인 측면을 고려하여야 한다<표 11>.
일반적인 진료실혈압으로 140 mmHg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으나, 진료실자동혈압으로 130 mmHg 이상인 일부 SPRINT (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연구 대상 환자, 즉 50세 이상이면서 관상동맥
질환, 말초혈관질환, 대동맥질환, 심부전, 또는 좌심실비대를 동반한 환자에서 적극적인 생활요법과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일부 SPRINT 연구 대상 환자에 국한하여 적용하는 이유는 심뇌혈관 위험도 계산에 의한 고위험군의 정의가 국내 환자에 적합하지 않고, 고령 및 만성콩팥병에 대해서 일반화하기에 미흡하기 때문이다.
8.2.2. 1기 고혈압
다른 위험인자가 없는 1기 고혈압은 저위험군으로서 치료에 대한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는데, 이들을 간과하면 가역적인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이들에서 고혈압 약물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생활요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생활요법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될 때, 생활요법 시행 중 다른 위험인자가 발생했을 때, 환자가 자주 방문하여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을 때에는 약물치료를 가급적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생활요법은 약물치료의 대체 수단이 아니라 보조적인 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의 약은 대부분 값싸고 안전하며, 많은 환자에서 생활요법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약물치료는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는 좋은 것으로 생각된다. 진료실 밖에서 혈압 측정을 시행하여 백의고혈압 유무를 확인한 후 약물치료를 권고한다. 백의고혈압 환자도 약물치료에 대한 효과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상혈압군에 비해 대사적 위험이 증가되어 있고 장기적으로 심뇌혈관질환 발생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요법을 권하면서 지속성 고혈압으로 발전하는지 주기적으로 관찰하여야 한다. 심뇌혈관 위험도가 저위험군인 1기 고혈압 환자는 적극적인 생활요법 후 혈압 상태에 따라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중위험군 및 고위험군 1기 고혈압 환자에게는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8.2.3. 2기 고혈압
대부분의 무작위배정 임상연구와 메타분석에 따르면 160/100 mmHg 이상의 고혈압 환자군에서 약물치료 효
과가 뚜렷이 나타나므로 생활요법과 함께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8.2.4. 노인 고혈압
고령의 환자에서도 고혈압의 약물치료 효과는 뚜렷하다. 80세 이상, 노쇠한 노인 환자를 포함한 모든 노인 환자는 수축기혈압이 160 mmHg가 넘으면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140~159 mmHg인 경우에도 약물치료에 잘 적응할 것으로 기대되는 건강한 노인은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8.3. 고혈압 치료의 목표혈압
<표 1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목표혈압은 수축기혈압 140 mmHg 미만, 이완
기혈압 90 mmHg 미만이다.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고혈압이나 심뇌혈관 위험도가 고위험군인 혈압은 130/80 mmHg 정도로 조절할 것을 고
려한다. 반면, 심뇌혈관 위험도가 중위험군 또는 저위험군인 혈압은 기존처럼 140/90 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권고한다.
8.3.1. 노인 고혈압
노인 고혈압에서 수축기혈압을 140 mmHg 미만으로 조절할 때와 150 mmHg 미만으로 조절할 때 예후에 차이
가 없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SPRINT 연구에서 노인 환자도 적극적인 강압 치료가 효과적이었다. 그러므로 이완기혈압이 너무 떨어지지 않은 수준 (적어도 60 mmHg 이상)에서 수축기혈압 140 mmHg 미만을 목표로 치료한다.
8.3.2.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 감소는 심혈관 합병증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수축기혈압을 130 mmHg 미만으로 떨어뜨린 임상연구가 드물고, 또 수축기혈압을 120 mmHg 미만으로 떨어뜨림에도 불구하고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예방 효과를 증명하지 못했으며 콩팥기능이 더 악화되었기 때문에, 목표 수축기혈압을 140 mmHg 미만으로 권고한다. 이완기혈압은 85 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한다. ACCORD (Action to Control Cardiovascular Risk in Diabetes) 연구에서 SPRINT 연구 대상자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를 고려하여 두 연구 대상자의 특성을 모두 갖는,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당뇨병은 130/80 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심혈관계 보호에 유리할 수 있다.
8.3.3. 뇌졸중을 동반한 고혈압
고혈압이 뇌졸중 발생에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며 혈압 치료 결과에 따라 뇌졸중 재발 및 심뇌혈관질환 사건을 감소시키지만, 수축기혈압을 130 mmHg 미만으로 조절한 임상연구의 결과는 뚜렷한 이득이 없었다. 특히 뇌경색 환자에서 수축기혈압을 140 mmHg 미만으로 조절하여도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연구 결과도 있다. 이상의 연구 결과를 고려하여 뇌졸중 환자의 수축기혈압 조절 목표를 140 mmHg 미만으로 권고한다<그림 4>.
8.3.4. 관상동맥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관상동맥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130 mmHg 미만으로 감소시킨 연구에서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대한 효과는 일관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메타분석과 SPRINT 연구를 고려하여 수축기혈압을 가급적 130 mmHg에 가깝게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고려한다.
8.3.5. 만성콩팥병을 동반한 고혈압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압을 조절하는 목적은 콩팥기능의 악화를 막고 심뇌혈관질환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당뇨병이 없는 만성콩팥병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혈압이 140 mmHg 미만일 때 혈압을 더 떨어뜨려도 추가적인 이득이 없었다. 당뇨병이 있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고혈압 치료 목표에 대한 임상적 연구 자료는 더 부족하다. 메타분석에서도 더 낮은 목표혈압이 심장 및 콩팥 관련 사건 예방에 더 이점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알부민뇨가 뚜렷한 고혈압이라면 목표혈압을 수축기혈압 130 mmHg 미만으로 더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만성콩팥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일반적인 목표혈압은 수축기혈압 140 mmHg 미만으로 권고한다<그림 4>. SPRINT 연구 결과가 일반적으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 mmHg 미만으로 제시하기 위한 근거로서는 제한점이 있다.
8.3.6. 치료혈압의 하한치
혈압이 높을수록 심뇌혈관 위험도가 증가하고, 또 어느 수준까지는 혈압 감소에 따른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 J-곡선 가설 (수축기 또는 이완기혈압을 지나치게 낮추면 오히려 심혈관 사건 및 사망률이 더 증가한다는 가설)의 증명을 위한 임상연구가 없으나, 임상 연구들의 사후분석에서 그 가능성이 제기되고 또 혈압이 너무 낮을 때 병태생리학적인 불이익이 생길 개연성이 있으므로 혈압을 지나치게 낮출 필요는 없다. 즉, 1) 관상동맥질환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노인, 2) 재관류술을 시행받지 않은 다발성 관상동맥질환 환자, 3) 다발성 관상동맥질환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당뇨병 환자, 4) 심비대가 동반된 고혈압 환자에서는 이완기혈압을 가능하면 70 mmHg 미만으로 낮추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8.3.7. 혈압 측정 방식에 따른 목표혈압
측정 방식에 따라 진료실 밖의 혈압은 진료실혈압에 비해 목표혈압이 평균적으로 수축기혈압 및 이완기혈압 모두 5 mmHg 정도 낮다. 진료실혈압 140/90 mmHg 미만을 목표로 혈압을 조절할 때 추가적으로 가정혈압 또는 활동혈압을 참고하여 고혈압약을 조절하려면 평균가정혈압, 주간 또는 24시간 활동혈압을 각각 135/85 mmHg, 135/85 mmHg, 130/80 mmHg 미만으로 조절한다. 그러나 혈압 측정 방식에 따른 혈압의 차이는 혈압의 높이와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편차가 크고 반복 측정 시에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측정 방식에 따라 목표 혈압을 환산할 때는 개인 차이를 고려하여야 한다. 특히 진료실자동혈압에 의한 목표혈압은 가면효과로 인해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을 놓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9. 비약물치료 및 생활요법
건강한 식사습관, 운동, 금연, 절주 등과 같은 비약물치료 또는 생활요법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에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중요할 뿐 아니라, 주의혈압 및 고혈압전단계 혈압인 사람에게도 고혈압의 예방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권장한다<표 13>. 좋은 생활습관은 고혈압약 한 개 정도의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 또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고혈압 환자도 생활요법을 병행함으로써 복용 약의 용량 및 개수를 줄이고 약의 효과를 최대화하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혈압을 낮추는 효과 이외에도 다른 심혈관 위험을 동시에 감소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생활요법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고, 효과 면에서 최대한 노력하더라도 2기 이상의 고혈압에서는 목표혈압까지 혈압을 낮추기는 어렵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생활요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생활요법의 한계점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한, 한 가지 방법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을 병행하여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효과가 더크게 나타나므로 심뇌혈관질환을 최소화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9.1. 소금 섭취 제한
한국인은 하루 평균 약 10 g (나트륨 3.9 g)의 소금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소금 섭취 권고량인 5 g에 비해서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소금의 주요 공급원은 양념, 채소 및 곡류이다.
고혈압 환자의 소금 섭취는 말초동맥혈압보다는 심뇌혈관질환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심동맥혈압과 더 연관성이 있다. 하루 소금을 10 g 정도 섭취하는 고혈압 환자가 소금 섭취를 절반으로 줄이면 수축기혈압이 4~6 mmHg 감소한다. 소금 섭취를 줄이면 심뇌혈관질환이 감소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그 결과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소금과 고혈압 및 심뇌혈관질환 발생에 대한 전향적인 연구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처럼 소금 섭취가 많은 인구집단에서 소금 섭취를 줄였을 때 해가 된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에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금의 권장 섭취량은 1 티스푼 정도인 하루 6 g [나트륨 함량 (g) x 2.5 = 소금 함량 (g)] 이하이다. 이 정도로 소금을 적게 섭취하면 혈압을 낮추는 효과는 물론 소금을 배설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이뇨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이뇨제 복용에 의해 칼륨이 손실되는 것을 막아주고 소변으로 칼슘이 배설되는 것을 줄임으로써 골다공증과 요로결석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소금에 대한 감수성은 고령, 비만, 당뇨병 또는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 더욱 높다. 환자가 소금에 대한 감수성이 높을수록 적극적인 저염식을 시행할 때 혈압은 더 효과적으로 낮아진다. 소금 섭취와 칼로리 섭취의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소금을 적게 섭취하려면 식탁에서 별도로 소금을 음식에 뿌리지 말아야 하고 소금이 많이 함유된 가공식품을 삼간다. 한국인의 식품 중에서 김치, 찌개, 국, 젓갈, 라면, 마른 안주 등은 특히 소금이 많다. 자연 재료로 직접 조리된 음식을 먹도록 권장한다. 칼륨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는 혈압을 낮출 수 있다.
칼륨은 나트륨을 몸 바깥으로 배설시킴으로써 과잉의 염분 섭취로 인한 혈압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데, 이때 소금 섭취량이 많을수록 칼륨의 혈압 강하 효과는 더욱 뚜렷하다. 그러나 콩팥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칼륨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9.2. 체중 감량
고혈압은 체중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체중을 줄이면 혈압이 감소한다. 특히 복부비만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및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혈압 환자가 표준체중을 10% 이상 초과하는 경우 5 kg 정도의 체중을 감량하여도 뚜렷한 혈압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당뇨병, 고지혈증, 좌심실비대가 동반된 환자에게 체중 감량이 도움이 된다. 운동, 절주, 소금 섭취 제한 등을 병행하면 체중 감량에 의한 혈압 감소 효과는 더욱 상승한다. 체중은 먼저 최소 4~5 kg 정도 감량을 시도해보고 필요에 따라 5 kg을 추가로 감량한다.
권장 체질량지수 (몸무게/키2)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체질량지수 22.5~25 kg/m2에서 가장 사망률이 낮았다는 연구와 약간 과체중군에서 가장 좋았다는 전향적인 연구도 있으며, 또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25 kg/m2 전후의 체중이 저체중 및 과체중에 비해 가장 사망률이 낮으므로, 권장 체질량지수는 25 kg/m2 정도를 권고한다. 우리나라에서 권장 허리둘레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체질량지수가 같더라도 동양인의 지방 비율이 서양인보다 많기 때문에 목표 허리둘레를 남성은 90 cm, 여성은 85 cm로 권고한다.
체중을 줄이는 데 필요한 식사 지침은 거르지 않고 천천히 먹으며, 당분이 많은 음식이나 술 등은 피하고, 빵, 과자, 청량음료 등 불필요한 간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기름이 많은 음식이나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조리법을 피한다. 과일과 채소 및 생선을 많이 섭취하고,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산을 적게 섭취하도록 한다.
9.3. 절주
과도하게 술을 마시면 혈압이 상승하고 고혈압약에 대한 저항성이 올라간다. 음주는 알코올 양을 기준으로 남성은 하루 20~30 g, 여성은 하루 10~20 g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체중이 낮은 사람에서는 알코올에 대한 감수성이 크기 때문에 위에 기술한 양의 절반만 허용된다. 과음자에게는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경고해야 한다. 알코올 30 g은 맥주 720 mL (1병), 와인 200~300 mL (1잔), 정종 200 mL (1잔), 위스키 60 mL (2샷), 소주 2~3잔 (1/3병) 등에 해당한다.
9.4. 운동
운동을 하면 혈압이 낮아지고 심폐기능이 개선되며, 체중이 줄고 이상지질혈증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등 고혈압 환자에게 유익하다. 속보,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줄넘기, 에어로빅 체조 등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며 이러한 유산소 운동을 우선적으로 권고한다. 유산소 운동은 심폐기능 개선을 기대할 수 있으며 심폐기능 향상은 고혈압 발생 위험도를 낮춘다. 운동의 강도는 최대 심박수 (220-연령)의 60~80% 정도 또는 그 이하가 바람직하다. 운동은 1주일에 5~7회 정도로 규칙적으로 실시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10~20분 정도 하다가 천천히 연장하여 30~60분 정도를 지속하는 것이 좋고, 주 단위로는 90~150분 이상 운동하는 것이 좋다. 준비 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운동 전후에 5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령 등 근력기구를 이용한 등장성 근력 및 등척성 악력 운동도 혈압 감소 효과뿐 아니라 대사적 요인들을 호전시키고, 또 근력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1주일에 2~3회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등척성 악력 운동은 악력계 등을 이용하여 최대로 쥘 수 있는 무게를 먼저 측정한다. 최대 측정된 무게의 30~40%의 강도로 2분 동안 악력 상태로 쥐고 있다가 1분 휴식하는 방법을 4회 정도 실시하며 1주일에 3일 정도 하는 것이 좋다.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는 것과 같은 등장성 운동이나 등척성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병행하는 것을 권고하며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합병증이 없는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사전에 특별한 검사를 받지 않아도 안전하게 운동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심장병 과거력, 가슴통증, 어지러움, 심한 운동을 해 본 적이 없는 65세 이상의 환자, 또는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전문의를 통해 운동부하 검사 등의 정밀검사를 시행하여 평가한 다음에 프로그램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9.5. 금연
흡연 중에는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혈압과 맥박이 상승한다. 진료실혈압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지만, 흡연이 24시간 활동혈압에서 낮 시간의 혈압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은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심뇌혈관질환의 강력한 위험인자이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가 아무리 혈압을 잘 조절한다 하더라도 흡연을 지속한다면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없다. 또한 간접흡연도 위험하다. 따라서 흡연자에게 금연하도록 반복적으로 강하게 권고하여야 한다. 금연 보조품에 함유된 낮은 양의 니코틴은 혈압을 상승시키지 않기 때문에 금연 행동 요법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금연 후에는 체중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운동 및 식사요법과 병행하도록 권고한다.
9.6. 건강한 식사요법
채식주의자들은 육식을 주로 하는 사람들보다 혈압이 낮으며, 채식 위주로 식사를 유지하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이 낮아진다. 이런 효과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하지 않은 것보다는 과일, 채소, 섬유질 섭취의 증가와 포화지방산 섭취의 감소에 의한 복합적인 효과 때문이라고 본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한 연구에 의하면 과일과 채소의 섭취만을 늘린 군에서는 혈압이 3/1 mmHg 감소한 반면, 지방의 섭취까지 줄인 군에서는 혈압이 6/3 mmHg 정도 감소하였다. 고혈압 환자는 특정 영양소를 강조하는 식사요법보다는 전체적인 식사 패턴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과일, 채소와 생선을 더 많이 섭취하고 지방을 적게 섭취하는 DASH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은 혈압을 11/6 mmHg까지 낮출 수 있는데, 이 식단은 여러 식품군을 복합적으로 함유하므로 영양소 간 상호작용의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생선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면 비만인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더 많이 낮추어 주고 지질 대사를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우리나라 자료에서 두부, 콩, 과일, 채소, 생선으로 이루어진 식단과 유제품 섭취가 많은 식단이 낮은 고혈압 유병률과 연관성이 있음이 보고되었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에게 DASH 식단이나 지중해식 식단처럼 균형 잡힌 건강한 식단은 혈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되므로 적극적으로 권장한디.
9.7. 기타
카페인은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혈압 상승 효과는 곧 내성이 생겨서 직접적으로 고혈압으로 발전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러므로 스트레스 해소는 고혈압의 치료와 순응도를 증가시키는 데 중요하다.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직접 혈압에 미치는 장기간의 효과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호흡 조절, 요가, 명상, 바이오피드백 등의 행동요법이 고혈압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미세 영양소, 칼슘, 마그네슘, 섬유질 보충 등이 혈압을 낮추는 효과에 관해서도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10. 약물치료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낮추면 심뇌혈관질환의 발생률이 감소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추천되는 모든 약은 위약과 비교하여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고, 관상동맥질환보다는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고혈압약에 의한 심뇌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강압 정도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주요 고혈압약이 모두 일차약제로 사용될 수 있지만, 약마다 더 효과적인 적응증이 있고 또한 부작용 발생도 개개인 모두 다르므로 환자의 상황에 맞게 약을 선택하여야 한다. 환자의 순응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약 처방을 단순화하고 부작용을 세심히 살피며, 또 가정에서도 혈압을 측정하도록 하여 적극적으로 환자가 진료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10.1. 고혈압약의 처방 원칙
10.1.1. 고혈압약 선택의 원칙
심뇌혈관질환의 장기간 이환율과 사망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를 교정하며, 혈압은 140/90 mmHg 미만을 목표로 조절한다. 약을 처음 투여할 때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하여 저용량으로 시작한다. 약효가 24시간 지속되어 1일 1회 복용이 가능한 약을 선택한다. 1일 1회 복용이 가능한 약을 처방할 때는 가급적 최저/최대효과 비 (trough/peak ratio)가 0.5 이상인 약이 좋다. 이런 약은 환자의 순응도를 높여 주며 혈압 변동을 최소화하여 혈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루 1회 복용하여도 혈압이 안정적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2회 이상 나누어 복용할 수 있다. 일차 고혈압약으로 ACE억제제, 안지오텐신차단제,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 이뇨제 중에서 선택하며 적응증, 금기사항, 환자의 동반질환, 무증상장기손상 등을 고려한다. 노인에서 베타차단제는 치료 이득에 대한 논란이 있어 특별한 적응증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한다. 베타차단제와 이뇨제의 병용요법은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주의해야 한다58). 혈압이 160/100 mmHg 이상이거나 목표혈압보다 20/10 mmHg 이상 높은 경우는 강압 효과를 극대화하고 혈압을 빠르게 조절하기 위해 처음부터 고혈압약을 병용 투여할 수 있다.
2가지 이상의 약제 성분이 단일 제형에 포함된 단일제형복합제 (single pill combination) 또는 고정용량복합제 (fxed dose combination)는 고혈압약에 대한 순응도를 향상시키고 기존의 병용요법에 비해 우월한 치료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10.1.2. 고혈압약의 선택
약의 선택은 혈압 수치보다는 환자의 임상적 특성과 동반질환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다. 강압 작용에 효과적이며 안전성이 입증되고 부작용도 비교적 경미하여 일차약제로 사용되고 있는 고혈압약은 크게 5가지로 분류한다: 1) ACE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차단제, 2) 베타차단제 (알파-베타차단제 포함), 3) 칼슘차단제, 4)티아지드 (티아자이드)계 또는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 5) 기타 약물 (루프 이뇨제, 알도스테론길항제, 알파차단제, 혈관확장제 등). 이들 약은 용량을 조절하면 강압 효과의 강도는 서로 비슷하지만, 개개인의 강압 및 장기적 심혈관 예방 효과와 부작용 발생에 있어서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환자가 다른 질환을 동반하거나 위험 인자가 있을 때는 이를 고려하여 고혈압약을 선택한다<표 14>. 따라서 어떤 약이 다른 약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비교하기 어려우므로 부작용을 고려하여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도록 고혈압약을 선택하여 우선 투여해야한다<표 15>.
10.2. 고혈압약의 종류와 사용법
10.2.1. 이뇨제
이뇨제는 사용 초기에는 콩팥세뇨관에서 나트륨 흡수를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말초혈관 저항을 감소시켜 강압 효과를 나타낸다. 티아지드계 이뇨제는 고용량을 투여하면 저칼륨혈증, 내당능 저하, 요산 증가, 부정맥, 지질 대사장애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저용량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압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1일 25 mg까지 처방한다. 베타차단제와 병용하여 투여할 경우 당뇨병 및 이상지질혈증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비만한 환자나 당뇨병 발생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 Chlorthalidone, indapamide와 같은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가 hydrochlorothiazide에 비해 강압 효과가 더 우수하다고 알려졌으나 저나트륨혈증 혹은 저칼륨혈증과 같은 부작용에 유의해야 한다. Furosemide, torsemide와 같은 루프 이뇨제는 울혈성 심부전 혹은 사구체여과율이 30 mL/min/1.73 m2 미만으로 저하된 경우에 사용한다. Spironolactone은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에서 소량 (25~50 mg) 사용할 수 있으나 고칼륨혈증과 여성형 유방의 부작용에 유의한다.
10.2.2. 베타차단제
협심증, 심근경색, 빈맥성 부정맥을 동반한 경우 심장 선택성이 높은 베타-1 선택성 베타차단제가 추천된다. 이는 또한 심박수가 높고 비교적 젊은 환자에서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2~3도 방실전도장애가 있거나 말초혈관질환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베타차단제는 혈당 및 지질 대사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노인, 혈당 상승이 있는 경우, 당뇨병 환자 및 대사증후군 환자에게 투여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형협심증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atenolol은 뇌졸중 예방 효과가 다른 고혈압약에 비해 열등하므로 노인에게 일차약제로는 추천되지 않는다. 베타차단제와 이뇨제의 병용요법은 강압 효과는 열등하지 않으나 당뇨병 발생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추천하지 않는다. 베타차단제 중 혈관 확장 작용 등 베타차단 이외의 작용을 가지는 약은 atenolol과 다른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직접 비교하여 심혈관 합병증을 관찰한 연구는 없다.
10.2.3. 칼슘차단제
칼슘차단제로는 장시간 작용형 칼슘차단제를 추천한다. 속효성 칼슘차단제는 빈맥을 초래하며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투여하지 말아야 한다. 칼슘차단제는 관상동맥 확장 작용이 있어 안정형협심증에 효과적이며 관상동맥연축에 의한 이형협심증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또 경동맥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심비대 감소에도 효과적이다. Non-dihydropyridine 칼슘차단제인 verapamil과 diltiazem은 반사성 빈맥이 없어 심근경색 후에도 사용할 수 있고 확장기 충만을 개선시키므로 비후성심근증 환자에게 추천된다. 부작용으로는 dihydropyridine 칼슘차단제에서 빈맥, 발목 부종, 두통 및 안면홍조가 흔하다. Nondihydropyridine 칼슘차단제는 변비, 방실전도장애와 심근수축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방실차단 및 수축기 심부전 환자에서는 조심해서 사용하여야 한다. 또한 고령 환자에게 베타차단제와 병용 투여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10.2.4.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ACE억제제) / 안지오텐신차단제
ACE억제제/안지오텐신차단제는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콩팥기능장애가 진행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좌심실비대와 죽상동맥경화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혈당 및 지질 대사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을 개선시키고 혈관재형성에 이로운 효과가 있다. 고령 환자나 탈수 상태의 환자에게 투여할 때는 초기에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183). 양측성 콩팥동맥협착 환자에게 투여하면 심한 저혈압 및 콩팥기능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치료 시작 첫 2개월 내에는 혈청 크레아티닌이 상승할 수 있으나, 기저치 대비 30% 이내로 상승하고 혈중 칼륨이 5.5 mEq/L 이상 증가하지 않으면 약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 혈청 크레아티닌이 3.0 mg/dL 이상인 환자에서는 고칼륨혈증에 주의해야 한다. 칼륨과 콩팥기능은 투여 전과 투여 후 1~4주 사이에 검사한다. 그 후에는 3개월, 6개월 후에 검사한다. ACE억제제는 bradykinin 분해를 억제하여 마른 기침이 생길 수 있고, 투약을 중단하면 수일 내지 수 주 내에 소실된다. 마른 기침은 여성과 비흡연자에게 더 흔하다. 안지오텐신차단제는 bradykinin에 대한 영향이 없어 기침의 부작용이 드물다. ACE억제제/안지오텐신차단제는 태아에 해로우므로 임신부에게는 금기이다. 부작용으로 고칼륨혈증, 양측성 콩팥동맥협착증에서 급성 콩팥손상, 이상미각, 백혈구감소증, 혈관부종, 발진 등이 있다.
10.2.5. 기타 약물
알파차단제는 강압 효과와 함께 전립선비대 환자의 배뇨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당 및 지질 대사를 효과적으로 개선한다. 그런데 기립성 저혈압의 부작용이 있고 심부전을 악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고혈압약으로 clonidine, methyldopa, reserpine 등이 있으나 부작용이 비교적 더 많아서 일차약제로 권하지는 않고 특별한 적응증이 있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레닌 억제제인 aliskiren은 단독 또는 이뇨제와 병용하여 사용하였을 때 강압 및 단백뇨 감소 효과가 좋았다. Methyldopa는 임신부의 고혈압 치료에서 아직도 선호하는 고혈압약이다. 혈관확장제인 hydralazine은 임신부 고혈압에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10.3. 병용요법
고혈압 환자의 2/3 이상에서는 1가지 종류의 고혈압약으로 조절되지 않으며 기전이 서로 다른 2가지 이상의 고혈압약이 필요하다. 특히 혈압 치료가 장기화될수록, 임상적 위험도가 높거나 목표혈압이 낮은 환자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처음 사용한 일차약제에 효과가 없을 때는 다른 약으로 교체하고, 약간의 효과는 있으나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면 용량을 증량하거나 다른 기전의 약을 추가한다. 그러나 용량을 증량하기보다는 서로 작용이 다른 약을 소량씩 추가하면 강압 효과와 순응도를 동시에 높이면서 부작용은 감소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그림5>186). 또한 고위험 고혈압에서는 혈압을 목표혈압 이하로 빨리 감소시킬수록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따라서 2기 고혈압 이상이거나 고위험 고혈압에서는 처음부터 병용요법의 사용을 권고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는 약 순응도를 개선시킨다는 측면에서 초치료로 단일제형복합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일제형복합제는 약물의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약물 용량을 자유롭게 조절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고, 기존의 병용요법과 직접 비교한 연구가 없기 때문에 단일제형복합제의 선택 여부는 환자의 순응도, 부작용 발생 가능성, 목표혈압을 고려하여 결정해도 무방하다.
기전이 다른 두 가지 고혈압약으로 치료하는 것은 단일약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혈압 조절 효과가 우수하며 모든 종류의 병용요법이 가능하다. 어떻게 병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좋은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레닌-안지오텐신계 억제제, 칼슘차단제, 이뇨제 중에서 두 가지 약을 병용하여 투여하면 비교적 좋은 결과를 보여서 우선적으로 권장되지만, 베타차단제와 다른 기전의 약제와도 병용이 가능하다<그림 6>. 다만 베타차단제와 이뇨제의 병용요법은 당뇨병 및 대사장애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 안지오텐신차단제와 ACE억제제의 병용요법과 같이 두 가지 비슷한 기전의 약을 병용하면 단백뇨 감소에 약간 더 효과적일 수 있으나 말기 콩팥질환,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질환 발생이 오히려 더 증가하므로 피하여야 한다.
10.4. 저항성 고혈압
일반적으로 이뇨제를 포함하여 작용기전이 다른 고혈압약을 3가지 이상 병용 투여하고 각각의 약의 용량을 최적 용량으로 투여하여도 혈압이 140/90 mmHg 미만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저항성 고혈압’이라 한다. 국내 자료는 없으나 외국에서는 치료 중인 환자의 저항성 고혈압 유병률은 5~30%로 보고되었는데, 가성 저항성 고혈압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0% 미만일 것으로 추측한다58).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서 심뇌혈관질환과 콩팥질환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더 높다. 저항성 고혈압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지만<표 16>, 고혈압약 복용을 지시대로 따르지 않는 환자의 순응도 부족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그리고 감기약,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 부신피질 스테로이드, 피임약, 과도한 소금 섭취, 과음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고혈압약에 이뇨제가 포함되지 않았을 때는 용적 과부하로 저항성 고혈압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차성 고혈압이 원인일 수도 있다. 저항성 고혈압의 진단 시 먼저 약 순응도를 확인하고,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을 측정하여 백의고혈압을 배제한 후 저항성 고혈압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여야 한다. 3가지 서로 다른 기전의 약을 충분한 용량으로 사용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이뇨제 용량을 증량 또는 교체하거나, 콩팥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티아지드계 이뇨제 대신 루프 이뇨제를 사용한다.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spironolactone, amiloride 또는 doxazosin을 추가로 처방할 수 있다. ACE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차단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 spironolactone 또는 amiloride를 처방한 경우 1~2주 이내에 혈청 칼륨 수치를 확인하여야 한다.
10.5. 관혈적 고혈압 치료법
경동맥동 자극술, 콩팥교감신경차단술은 시술 자체에 대한 합병증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진성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서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환자에 따라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혈압 강하에 대하여 약물치료 대비 단기적 및 장기적 효과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며 장기간의 임상적 효과에 대해서도 알려져 있지 않아 현 단계에서 권장하기는 어렵다.
10.6. 고혈압약의 감량 또는 중단
혈압이 오랜 기간 잘 조절되는 환자 중 생활요법을 철저히 시행하는 일부 환자에서는 고혈압약을 감량하거나 투약 약물의 개수를 점차 줄일 수 있다. 고혈압약을 중단한 이후에는 더 자주 또는 최소한 3개월 간격으로 방문하여 다시 혈압이 상승하는지 점검하며, 생활요법이 지속적으로 실천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한다.
10.7. 기타 약물치료
고혈압 치료의 목적은 전체 심뇌혈관 위험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것이므로 환자가 가진 다른 위험인자를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 이때 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콩팥질환 등이다.
10.7.1. 항혈소판 요법
고혈압 환자에게 심뇌혈관질환 발생 이후에 이차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항혈소판 치료의 효과는 뚜렷하다. 하지만 심뇌혈관질환의 일차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항혈소판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일관되지 않다. 다만 심뇌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혈압 환자에서는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 (100 mg) 등의 항혈소판제를 투여할 수 있다. 항혈소판제는 혈압이 조절된 후 투여해야 하고, 위장 등 장기의 출혈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여야 한다.
10.7.2. 지질 강하제 투여
고위험 고혈압 환자에게 투여하는 지질 강하제는 심뇌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뚜렷하다. 우리나라 자료가 부족하여 그 수치를 명확하게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심뇌혈관질환이 없는 고혈압 환자가 LDL-콜레스테롤이 130 mg/dL 이상일 때 스타틴을 사용하여 수치를 50% 이상 낮춘 연구에서 심뇌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뚜렷이 나타났다. 관상동맥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게는 LDL-콜레스테롤을 70 mg/dL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한다. 뇌졸중을 앓은 고혈압 환자에서 평균 133 mg/dL의 LDL-콜레스테롤에 대한 스타틴 치료의 효과는 명확하나, 70 mg/dL 미만으로 낮추는 치료에 대해서는 자료가 불충분하다.
10.7.3. 혈당 조절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목표는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하고, 초기 당뇨병이면서 동반된 합병증이 없고 저혈당 발생 위험이 낮은 경우는 당화혈색소 목표를 더 낮출 수 있다. 반면, 중증 저혈당, 짧은 기대여명, 진행된 미세혈관 및 대혈관 합병증, 75세 이상 노인에서는 저혈당 발생 위험을 고려하여 혈당 조절 목표를 개별화할 수 있다.
10.8. 환자 모니터링과 추적 관찰
일반적으로 목표혈압에 도달할 때까지 적어도 한 달에 1회 추적 관찰하고, 2기 이상의 중증 고혈압은 더 자주 추적 관찰할 수 있다. 혈중 칼륨과 크레아티닌은 매년 최소 1~2회 측정해야 한다. 목표혈압에 도달하고 혈압이 계속 안정적이면 3~6개월 간격으로 추적 관찰한다. 추적 관찰 간격이 길어짐에 따라 환자의 순응도가 낮아지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며 혈액 검사가 누락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가정혈압을 측정하도록 격려함으로써 추적 관찰 간격이 길어질 때 혈압 조절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10.9. 순응도
고혈압의 치료에는 환자-의사 간 신뢰가 중요하며, 혈압 치료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환자가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환자가 고혈압약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접하게 되므로 약을 선택할 때에도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 우선 환자가 의학적 효능 및 부작용의 관점과 비용 효과적 관점 중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지 파악하여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심뇌혈관 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치료의 목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환자의 순응도를 고려하여 상담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자동혈압계를 활용하여 스스로 측정한 혈압 수치를 가지고 의사와 상담하면 치료 과정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져 순응도가 향상된다.
11. 상황별 고혈압 치료
11.1.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
고혈압 진단에 있어서 백의고혈압 또는 고혈압 치료 중 혈압 측정 시 백의효과는 여성과 노인에서 더 자주 관찰되는데,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약물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진료실자동혈압, 가정혈압, 또는 활동혈압을 측정하여 약물치료 시작/증량 전에 가급적 배제하는 것을 권장한다. 진료실혈압과 진료실 밖의 혈압이 차이가 있을 때는 진료실 밖 혈압을 기준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하여야 한다. 이미 혈압이 140/90 mmHg 미만으로 조절되는 환자에서 보다 적극적인 강압 치료를 위해 약제를 증량하거나 추가하기 전에도 백의효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의고혈압 환자에서 대부분 생활요법을 권장하고 주기적으로 혈압 측정을 권고한다. 아직까지 근거는 불충분하지만, 백의고혈압 환자가 대사이상을 동반하거나 무증상장기손상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생활요법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가면고혈압은 지속성고혈압보다 심뇌혈관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철저한 약물치료가 고려된다35,45,58). 아직까지 일반 인구집단이나 환자에서 가면고혈압 진단의 필요성과 가면고혈압의 역치 또는 재현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다룬 연구 결과는 없으나 가면고혈압은 흡연자 또는 직업적 스트레스가 높은 환자에서 더 흔하고 고혈압전단계 환자의 30% 이상에서 관찰된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대사증후군, 표적장기손상, 당뇨병, 만성콩팥병을 가진 환자, 흡연자, 과음, 운동유발성 고혈압, 직업적 스트레스가 높은 환자에서 가면고혈압을 의심하고 진단하여 치료하는 것이 권장된다.
11.2. 대사증후군과 고혈압
고혈압 환자의 상당수는 고혈압 이외에도 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당 등의 대사이상을 동반하고 있으며, 무증상인 심뇌혈관질환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당, 혈압 상승이 군집하여 존재하는 상태로서, 많이 이용되는 진단 기준은 다음의 5개 구성 요소 중 3개 이상이 있는 경우이다: 1) 복부비만, 2) 공복혈당 ≥100 mg/dL (당뇨병 포함), 3) 중성지방 ≥150 mg/dL, 4) HDL-콜레스테롤 <40 mg/dL (남성), <50 mg/dL (여성), 5) 혈압 ≥130/85 mmHg. 복부비만은 허리둘레로 판정한다. 허리둘레의 국내 기준은 아직 통일되어 있지 않아 아시아-태평양 인구의 기준 수치인 남성 ≥90 cm, 여성 ≥80 cm, 또는 한국인의 특이 수치로서 남성 ≥90 cm, 여성 ≥85 cm의 기준이 보통 사용된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국내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은 30세 이상 성인에서 증가하여 30.5%에 달한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에서의 유병률은 이보다 약 2배 더 많다. 서구에서의 보고에 의하면 대사증후군 환자에서는 대사증후군이 아닌 경우에 비하여 심뇌혈관 사건 및 사망률이 약 1.5~2배, 당뇨병 발생은 약 5배 높다. 아시아인에서 대사증후군에 의한 당뇨병 발생의 위험도는 서구인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3~4배이다. 대사증후군에서 당뇨병 발생의 가장 강력한 예측인자는 고혈당이다. 그러나 고혈당이 없더라도 당뇨병 발생의 상대위험도는 약 2.4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고혈압은 당뇨병 발생의 위험인자이며 고혈압이 없는 경우에 비해 약 2배의 위험도를 가진다.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치료의 목표는 혈압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최종 목표인 심뇌혈관 질환 발생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며, 특히 당뇨병 발생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비약물치료로서 생활요법, 특히 체중 감량과 규칙적인 운동은 모든 환자에게 권고한다. 생활요법은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시켜 혈압을 낮추고 대사이상을 개선하며 당뇨병 발생을 지연시킨다.
고혈압 환자는 생활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를 시작하나, 주의혈압 및 고혈압전단계 환자에서는 약물치료의 심뇌혈관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부족하여 적극적인 생활요법을 실시한다. 고혈압약을 선택할 때는 강압 효과뿐 아니라 대사이상과 인슐린 감수성에 유리하거나 적어도 해로운 영향이 없는 약을 선택한다. 이러한 이유로 ACE억제제/안지오텐신차단제나 칼슘차단제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베타차단제 중 atenolol 등 구세대 베타차단제는 당뇨병 발생을 증가시키고 혈청 지질에 불리한 영향이 있으므로 단독으로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주의하여야 한다. 그러나 혈관확장 효과가 있는 베타차단제는 혈당, 혈청 지질에 해로운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ACE억제제/안지오텐신차단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하거나 이들 약과의 병용요법에 사용할 수 있다. ACE억제제/안지오텐신차단제와 베타차단제의 병용요법은 ACE억제제/안지오텐신차단제와 칼슘차단제의 병용요법에 비하여 혈압 강하 효과가 열등함을 고려해야 한다. 티아지드계/티아지드 유사 이뇨제는 단독 또는 고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저용량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고용량 이뇨제는 저칼륨혈증으로 당뇨병 발생을 증가시키고 혈청 지질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 이뇨제를 병용요법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구세대 베타차단제와의 병용은 피하고 칼륨 보존 고혈압약과의 병용요법을 고려하며, 특히 혈당, 지질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ACE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차단제와의 병용요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11.3. 당뇨병과 고혈압
당뇨병 환자에서는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고혈압이 2배 많이 발견되고, 고혈압 환자도 당뇨병의 발생이 약 2배 증가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공존하면 심뇌혈관질환, 뇌졸중, 콩팥질환의 위험이 더 증가한다.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 발생이 높은 이유는 체중 증가와 함께 고인슐린혈증이 발생하여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콩팥에서 나트륨을 저류시켜 체액을 증가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고혈당은 혈관경직도를 증가시키고 동맥경화증을 진행시키므로 고혈압이 더 많이 발생한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적인 야간혈압 강하 현상이 없어지는데, 이는 좌심실비대와 미세알부민뇨와 같은 무증상장기손상과 관련이 높다. 영국에서 시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축기혈압이 10 mmHg 낮아질 때마다 당뇨병과 관련된 사망률은 15%, 심근경색은 11%, 망막증 혹은 콩팥병과 같은 미세혈관 합병증은 13% 감소하였다. 이 외에도 많은 연구들에서 적절한 혈압의 조절은 당뇨병 환자의 심뇌혈관질환 발생을 줄일 수 있었다.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전단계 환자에 대한 약물치료의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은 140/85 mmHg 미만으로 권고한다. 과거 단순고혈압에 비해서 목표혈압을 130/80 또는 140/80 mmHg 미만으로 더 낮게 유지하도록 권고하였지만, 혈압을 더 낮게 유지한 환자에서 전체 심뇌혈관 사건의 발생을 줄이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혈압을 지나치게 떨어뜨릴 때는 비용효과와 부작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ACCORD 연구 중 SPRINT 연구 대상의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의 연구 결과와 ACCORD 연구의 뇌졸중 예방에 대한 효과를 고려할 때,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는 130/80 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심뇌혈관계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혈압 약제의 선택에 대해서는 여러 임상연구에 근거하여 ACE억제제, 안지오텐신차단제, 지속성 칼슘차단제, 이뇨제 및 베타차단제를 처방할 수 있고 동반질환을 고려하여 고혈압약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미세단백뇨나 단백뇨를 동반한 경우 콩팥기능 보호 효과를 고려하여 ACE억제제와 안지오텐신차단제를 우선적으로 권고한다. 어떠한 고혈압약이 더 우월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이 충분한 강압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 이상의 고혈압약을 병용하여야 하므로, 특정 약을 먼저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실제적인 의의가 적다. 그러나 베타차단제와 티아지드계 이뇨제를 병용하는 것은 인슐린 저항을 증가시켜 당뇨병 조절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며, ACE억제제와 안지오텐신차단제의 병용은 콩팥기능 손상 등이 우려되므로 가능한 피한다. 경구용 당뇨병 약제 중 SGLT-2 억제제는 혈압 강하 효과가 있어서 이들 약제를 사용할 때는 고혈압약의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지 주의해야 한다.
11.4. 노인 고혈압
노인에게 고혈압의 치료는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및 사망률을 감소시키며, 수축기단독고혈압 환자에서도 고혈압 치료에 대한 이득이 관찰되기 때문에 고혈압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80세 이상의 1기 고혈압 환자에서 고혈압약의 사용에 따른 이득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치료가 필요하다. 노인 고혈압의 특징적인 소견은 중심대동맥의 경직도 증가로 인한 수축기혈압과 맥압의 증가이다. 또한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신혈관 고혈압이 흔히 관찰된다. 그리고 혈압의 야간 강하가 적고 하루 동안에도 변동이 심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기립성 저혈압이나 식후 저혈압과 같이 혈압 변동도 심하다. 노인 환자의 고혈압 치료에서도 비약물치료는 효과적이지만,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여야 한다. 수축기혈압 140 mmHg 미만을 목표로 하지만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하는 정도의 혈압 강하는 피하는 것이 좋다. 초고령자, 노쇠한 노인의 고혈압에 대한 목표혈압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치료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고혈압약의 초기 용량은 젊은 성인의 1/2 용량에서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며, 충분한 강압 효과가 관찰될 때까지 서서히 증량한다. 다른 동반질환이 없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ACE억제제, 안지오텐신차단제, 칼슘차단제, 이뇨제를 일차약제로 선택한다. 베타차단제는 노인 고혈압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효과가 다른 약에 비해 떨어진다. 따라서 협심증, 심부전, 빈맥 등의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선택하여 사용한다. 단일 고혈압약으로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두 가지 이상의 약을 병용하여 사용한다. 환자가 다른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이를 고려하여 고혈압약을 선택한다. 노인 환자에서는 혈압을 서서히 낮추는 것이 안전하며 약물 사용에 따른 합병증 발생 유무를 관찰하면서 약 용량을 증량한다. 기립성 저혈압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기립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11.5. 심장질환과 고혈압
11.5.1. 관상동맥질환
고혈압은 허혈성 심장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급성 심근경색 발생에 관여하며228), 수축기혈압이 140 mmHg 이상이면 모든 연령에서 허혈성 심장질환의 발생이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145), 120 mmHg 이상에서도 혈압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증가한다.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고혈압 환자는 J-곡선 현상을 고려하여야 하는데, 이완기혈압의 지나친 감소는 심혈관질환을 상승시키며 좌심실비대가 있는 경우 더욱 뚜렷하다. 그러므로 관상동맥질환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노인, 재관류술을 시행받지 않은 다발성 관상동맥질환 환자, 다발성 관상동맥질환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당뇨병 환자는 수축기혈압을 130 mmHg 근처로 조절할 경우 이완기혈압이 70 mmHg 이하로 낮아지지 않도록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 약물로는 급성 심근경색 후 1일에서 1개월 사이에는 베타차단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그 외 ACE억제제도 유효하다. 이 외의 다른 허혈성 심장질환에서는 어떤 고혈압약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증상이 있는 협심증에서는 베타차단제와 칼슘차단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11.5.2. 심부전
고혈압은 심부전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며 심부전 환자의 약 75%에서는 고혈압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심부전 환자에서 혈압 조절의 효용성과 고혈압 약제 간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는 없는 실정이다. 만성 심부전 환자의 혈압을 철저히 조절하면 심부전의 악화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심뇌혈관 사건 및 사망률 감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출률 저하 심부전 환자에서 혈압 조절과 별도로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과 재입원율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증명된 ACE억제제, 안지오텐신차단제, 베타차단제, 알도스테론길항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만약 ACE억제제, 안지오텐신차단제, 베타차단제, 알도스테론길항제를 병용함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티아지드계 이뇨제를 병합해야 한다. 만약 이후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dihydropyridine 계열 칼슘차단제를 추가할 수 있다. 반면 non-dihydropyridine 계열 칼슘차단제 (verapamil, diltiazem)는 좌심실 수축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알파차단제는 신경호르몬계 활성화, 수분 저류, 심부전의 악화를 야기할 수 있어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고혈압이 주요 위험인자이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혈압이 상승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고혈압이 동반된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서도 철저한 혈압 조절이 심부전 악화를 막고 심뇌혈관 사건 및 사망률 감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빠른 시간에 과도하게 혈압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급성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급성 고혈압성 심부전 상황에서는 심부전의 치료와 동시에 조기에 혈압을 낮추는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혈압을 떨어뜨리면 콩팥, 뇌, 심근의 허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며, 첫 수 시간 동안 혈압 강하 정도는 초기 혈압의 25% 이상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주사용 혈관확장제와 루프 이뇨제를 병용하여 적극적인 강압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증상을 동반한 비대상성 (decompensated) 급성 심부전 환자에서도 사망률과 재입원율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어서 혈압을 철저히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어지럼증 등 증상을 동반한 심부전 환자에서 120/60 mmHg 이하의 혈압 저하는 사망률 증가와 관련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11.5.3. 심방세동
고혈압 환자에서는 심방세동이 흔하며 혈압을 잘 조절하면 심방세동을 예방할 수 있다. 고혈압 환자에서 심방세동이 있으면 혈전 색전증의 위험성이 높으므로 금기가 아니면 대부분에서 항혈전 치료가 필요하다. 와파린이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지만 최근 트롬빈 억제제와 응고인자 Xa 억제제가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와파린에 대등하거나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심방세동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 적절한 혈압 조절은 항혈전 치료로 인한 출혈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심방세동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의 적정 목표혈압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는 없었으며 고혈압 환자가 포함된 심방세동의 연구에서도 혈압이 심장-뇌혈관계 예후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혈압이 낮으면 심장-뇌혈관계 질환의 발생을 줄이는 것으로 예상되지만 120/70 mmHg 이상으로는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1.6. 혈관질환과 고혈압
11.6.1. 경동맥 죽상동맥경화증
혈압을 낮추면 경동맥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을 낮출 수 있다. 칼슘차단제와 ACE억제제가 베타차단제 또는 이뇨제보다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인다.
11.6.2. 동맥경화증 (혈관경직도 증가)
혈압이 감소하면 혈관벽의 부하가 감소하여 맥파전달속도를 줄일 수 있으므로, 모든 혈압 강하 효과가 있는 고혈압약은 혈관경직도 검사 수치를 줄인다. 그러나 특정 약제가 혈관경직도 개선에 더 효과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레닌-안지오텐신계를 억제하면 혈압 강하와 무관하게 맥파전달속도를 줄일 수 있고, 혈관확장성 베타차단제는 atenolol에 비해 중심동맥 수축기혈압을 더 떨어뜨린다. 이러한 혈관경직도 개선은 오래 전부터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지만, 혈관경직도 개선이 차후에 심뇌혈관질환을 줄이는지에 대해서는 말기 콩팥질환에서만 증명되었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11.6.3. 말초혈관질환
말초혈관질환을 가진 경우 10년 후 사망률이 40%에 이르므로 말초혈관질환 환자는 심뇌혈관질환의 모든 위험인자를 잘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과 말초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수축기혈압을 조절하면 하지 절단율과 사망률이 감소한다. 최근 메타분석과 SPRINT 연구를 고려하여 말초혈관질환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는 130/80 mmHg 정도로 혈압을 충분히 조절할 것을 고려한다.
생활요법으로는 소금 섭취량 감소, 체중 감량, 음주 절제, 규칙적인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약물치료에는 ACE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차단제 및 아스피린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ACE억제제가 장기적인 심혈관 사건을 감소시켰는데, 약의 고유한 효과와 혈압 강하 효과 모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고혈압약을 사용하여도 혈압 조절에 따른 심뇌혈관질환의 감소 효과는 나타난다. 혈당이나 지질 조절 치료를 병행하여 전체 심뇌혈관 위험도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동반질환으로서 관상동맥질환 및 심부전을 고려하여 치료 약제를 결정해야 한다. 베타차단제의 경우 말초혈관질환의 증상을 악화시켜 가능한 사용을 배제해 왔는데 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며, 중등도 이하의 말초혈관질환 환자에서 베타차단제가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협심증이나 빈맥 등에 의해 적응증이 된다면 사용해야한다. 말초혈관질환과 고혈압이 있는 경우 콩팥동맥협착의 빈도가 증가하므로 이에 대한 검사를 고려할 수 있고, 치료 과정에서도 주의를 요한다.
11.6.4. 대동맥질환
대동맥류 환자는 대개 증상이 없으나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대동맥벽이 긴장되어 탄력을 잃게 되고 대동맥 파열로 진행하여 위험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또한, 혈압의 변동성이 큰 경우 대동맥 파열로 잘 진행한다는 보고도 있다. 대동맥류 환자는 강력하게 혈압을 조절하여야 하며 환자가 견딜 수 있는 한 최대한 혈압을 낮추어야 한다. 베타차단제는 혈압을 낮추는 것 이외에도 수축기에 동맥벽에 미치는 충격을 낮추기 때문에 권고하나 마르팡증후군이 아닌 환자에 대한 연구 결과는 부족하다. 베타차단제는 만성 고혈압 박리 환자의 수술 위험성을 낮추고, ACE억제제에 비해 생존율을 개선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대동맥박리를 포함한 급성 대동맥증후군에서도 베타차단제를 포함한 병용치료로 강력하게 혈압과 맥박을 조절하여야 한다. 급성 대동맥박리 환자는 일반적으로 첫 1시간 이내에 수축기혈압을 140 mmHg 이하로 조절하고 이후 120 mmHg 이하로 유지한다.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대동맥질환 환자의 혈압은 130/80 mmHg 근처로 충분히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11.7. 만성콩팥병과 고혈압
만성콩팥병이란 콩팥의 손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한 경우를 의미한다. 콩팥손상의 지표는 사구체여과율 저하(<60 mL/min/1.73 m2)뿐 아니라 알부민뇨, 혈뇨, 농뇨 등 요검사 이상, 세뇨관 기능장애에 따른 전해질 이상, 영상의학 혹은 병리학적으로 진단한 콩팥 구조의 이상 및 콩팥이식 여부 등이다294). 알부민뇨는 뚜렷한 단백뇨뿐 아니라 미세알부민뇨를 포함하므로 소변 중 알부민 배설이 하루에 30 mg 이상 혹은 임의요에서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이 30 mg/g (3 mg/mmol) 이상인 것으로 정의한다294). 만성콩팥병 환자는 흔히 혈압이 상승하고, 혈압을 조절함으로써 콩팥기능 악화의 속도를 늦추고 심뇌혈관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혈압 조절의 목표를 어느 정도로 하고,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실제로 얻게 되는 득과 실이 어떠한지는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다.
우리나라 및 외국의 여러 진료지침과는 달리 미국 진료지침에서는 만성콩팥병의 목표혈압을 130/80 mmHg 미만으로 권고하였으나298) 대상 환자의 특성과 혈압 측정 방법에 차이가 있어 논란이 있다. 따라서 알부민뇨가 없는 만성콩팥병 환자는 수축기혈압 140 mmHg 미만, 이완기혈압 90 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한다. 다만 알부민뇨를 동반한 만성콩팥병 환자의 목표혈압은 수축기혈압 130 mmHg 미만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혈압 조절의 목표는 당뇨병 동반 여부와 무관하다.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도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비록 만성콩팥병 환자가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임상 결과가 개선되었다는 임상시험 보고는 거의 없지만, 일반 인구집단에서 조사된 결과로부터 추론이 가능하다. 2007년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체질량지수가 증가하고 복부비만이 있는 경우에 사구체여과율이 낮았다. 따라서 건강한 체중으로서 체질량지수를 20~25 kg/m2로 유지하고, 소금 섭취를 하루 5 g (나트륨 2 g) 미만으로 제한하며, 운동과 절주 등 생활요법을 적극적으로 권고한다.
대부분의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목표혈압 도달을 위해 여러 개의 약물치료가 필요한데, 모든 종류의 고혈압약을 사용할 수 있다. 그중 ACE억제제와 안지오텐신차단제만이 임상 결과 개선에 대한 보고가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알부민뇨를 동반한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ACE억제제 혹은 안지오텐신차단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이러한 약물 선호는 심뇌혈관 합병증보다는 콩팥기능 보호 효과에 대한 결과에 기인한 것으로서, 당뇨병성 만성콩팥병과 비당뇨병성 만성콩팥병 모두에 적용된다<표 17>.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 모든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일정한 혈압 조절 목표를 적용하는 것이 때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환자의 연령, 알부민뇨의 정도 및 동반질환 등을 고려하여 개별화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노인과 당뇨병 환자는 기립성 저혈압 우려가 있으므로, 일어설 때 현기증이 발생하는지 문진해야 한다. ACE억제제 및 안지오텐신차단제가 일반적으로 콩팥기능 보호 효과를 나타내지만, 양측 콩팥동맥협착증 환자에서는 콩팥기능 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전신 죽상동맥경화증 환자에서 사용할 때 특히 유의해야 한다.
11.8. 뇌혈관질환과 고혈압
허혈성 및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은 혈압이 높을수록 증가하며, 고혈압은 조절 가능한 뇌졸중 위험인자 중에서 가장 흔하며 일반 인구집단에서 기여위험도가 높다. 고혈압의 치료, 특히 수축기혈압의 치료는 뇌졸중 발병을 현저히 감소시킨다. 이를 위해 생활요법 (체중 감량, 저지방 식이, 소금 섭취 감소, 운동, 절주, 금연 등)을 선행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115/75 mmHg 이상의 혈압에서는 수축기혈압이 20 mmHg, 이완기혈압이 10 mmHg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이 2배 이상 증가하였고, 수축기혈압을 10 mmHg 혹은 이완기혈압을 5 mmHg 낮추면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약 40%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임상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약물치료로 수축기 및 이완기혈압을 10/5 mmHg 감소시키면 뇌졸중의 예방 효과는 환자의 과거력 여부에 상관없이 30~40%에 달한다86,315,316). 뇌졸중의 일차 예방 목적으로의 혈압은 140/90 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한다.
뇌졸중의 예방을 위해 어떤 약이 더 우수한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칼슘차단제 또는 ACE억제제나 안지오텐신차단제가 베타차단제에 비하여 우수하다는 보고가 있다317). 그러나 뇌졸중의 일차 예방을 위하여 특정한 종류의 고혈압 약제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적절히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환자마다 개별화해야 한다.
11.8.1.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에서 혈압 관리
급성기의 허혈성 뇌졸중에서는 보통 혈압이 상승한다325). 이는 스트레스, 기존의 고혈압 병력, 허혈 상태의 뇌조직에 혈류를 공급하기 위한 자동 보상작용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혈압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치료가 중요하며, 적절한 뇌관류를 위하여 갑작스런 혈압 강하를 피해야 한다. 허혈성 뇌졸중 1주일 이내의 급성기 환자를 대상으로 안지오텐신차단제를 1주일간 투여한 군에서 12개월 이후의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였으나,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를 통한 근거 확립이 필요하다. 오히려 혈압 상승에 대한 적극적인 처치가 뇌경색 부위의 관류를 감소시켜 뇌경색 부위를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급성기 1주 동안은 적극적인 혈압 치료는 바람직하지 않다.
초급성기 허혈성 뇌졸중에서 혈전용해 요법을 시행할 경우, 출혈 발생 여부는 치료 과정 전후의 혈압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목표혈압을 185/110 mmHg 미만으로 낮추어야 한다. tPA로 혈전용해 요법을 시행할 경우에는 약물을 투여하기 전에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을 각각 185 mmHg와 110 mmHg 미만으로 낮춘다. 고혈압 약제로는 정맥주사제로 labetalol, nicardipine, diltiazem, nitroglycerin 또는 nitroprusside를 사용한다.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에서는 수축기혈압이 220 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혈압이 120 mm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약을 사용하도록 추천하지만, 뇌경색 부위의 관류 감소를 일으켜 뇌경색 부위를 확장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이때 목표혈압은 수축기혈압을 기준으로 이전 혈압의 85~90%로 한다. 그러나 고혈압성 뇌병증, 대동맥박리, 급성 콩팥손상, 급성 폐부종,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는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이 우려되므로 적절한 혈압 강하가 필요하다.
11.8.2. 급성기 뇌실질내출혈에서 혈압 관리
이론적인 관점에서 뇌출혈 급성기에 고혈압을 적절히 치료하면 재출혈에 의한 혈종의 확장과 부종을 억제하므로, 뇌출혈 급성기에는 고혈압의 치료를 권장한다. 수축기혈압이 200 mmHg 이상이거나 평균혈압이 150 mmHg 이상이면 매 5분 간격으로 혈압을 측정하면서 조절한다. 수축기혈압이 180 mmHg 이상이거나 평균 혈압이 130 mmHg 이상이면서 뇌압상승 소견이 동반된 경우에는 뇌압감시장치를 통하여 뇌관류압을 60~80 mmHg로 유지하면서 혈압을 강하시킨다. 급성기 동안의 급격한 혈압 강하는 오히려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으므로, 뇌관류압을 60 mmHg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수축기혈압이 180 mmHg 이상이거나 평균혈압이 130 mmHg 이상이면서 뇌압상승의 증거가 없으면, 15분 간격으로 혈압을 평가하면서 이전 혈압의 80% 또는 평균혈압 110 mmHg, 혈압 160/90 mmHg까지 혈압을 강하시킨다. 정맥주사제로 labetalol, nicardipine, diltiazem, nitroglycerin, nitroprusside 등을 사용한다338). 최근 140 mmHg 근처까지 혈압을 낮추었던 연구에서 약간의 이득이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140 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
11.8.3. 이차 예방
뇌졸중 이후의 이차 예방을 위한 고혈압 치료는 사망률과 뇌졸중 및 혈관질환의 재발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 고혈압 과거력이 없는 환자가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이 발생하고 수일 경과 후에도 혈압이 140/90 mmHg 이상으로 지속되면 이차 예방 목적으로 고혈압약을 투약해야 한다. 비슷하게 기존의 고혈압 약물치료 환자가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이 발병하면 수일 경과 후 이차 예방 목적으로 고혈압약을 다시 투약해야 한다. 고혈압의 과거력 유무에 상관없이 뇌졸중 이후의 고혈압 치료는 사망률과 합병증을 감소시키며,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요법을 고혈압 치료에 포함해야 한다. 고혈압약 선택은 환자의 상태 (두개강외 폐색성 뇌혈관질환, 콩팥질환, 심장질환, 당뇨병)를 고려하여 개별화한다. 고혈압약은 메타분석 결과에 의해 ACE억제제와 이뇨제의 병용요법을 추천한다.
11.9. 발기부전 환자의 고혈압 치료
고혈압 환자의 발기부전은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 중 하나로 간주되어 예후가 나쁘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등의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적극적인 생활요법을 권장하여 심뇌혈관 위험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의 발기부전은 대부분이 진단되지 않고 있으며 소수의 환자만이 자발적으로 의사에게 상담을 구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심뇌혈관 예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발기부전에 대해 문진하고 치료에 반영하여야 한다. 통상적으로 고혈압약에 의한 발기부전은 0~25%로 알려져 있으나 고혈압 자체로도 내피세포 기능장애, 산화 스트레스 등으로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어서 정확한 평가는 어렵다. 발기부전은 보통 투약 후 4주 이내에 나타나며, 관련성이 명확할 때는 약을 교체할 수도 있으나 기존의 동맥질환이 악화되었을 가능성도 고려하여야 한다. 베타차단제와 이뇨제가 발기부전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칼슘차단제나 ACE억제제는 중립적이며 안지오텐신차단제는 오히려 이롭다는 보고가 있다.
베타차단제가 발기부전과 연관된 것으로 판단되면 혈관확장 작용이 있는 베타차단제로 대체할 수 있다. Phosphodiesterase-5 (PDE5) 억제제는 고혈압약에 의한 발기부전 환자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고 효과적이며 추가적인 혈압 강하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346). 그러나 PDE5 억제제 투여 후 혈압이 추가로 떨어지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으며, PDE5 억제제는 질산염 제제와는 병용 투여하지 않는다.
11.10. 임신과 고혈압
임신 중 발생한 고혈압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임신 중 만성 고혈압’은 임신 20주 이전에 이미 고혈압이 있거나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이고, 2) ‘임신성 고혈압’은 임신 20주 이후에 새로운 고혈압이 진단되었으나 단백뇨가 없는 경우이며, 3) ‘전자간증’은 임신 20주 이후에 고혈압이 진단되고 동시에 단백뇨 (24시간 요단백이 300 mg 이상 또는 요단백/크레아티닌 비가 300 mg/g 이상)가 동반된 경우이고, 4) ‘만성 고혈압과 전자간증의 중첩’은 임신 전 만성 고혈압이 있는 환자에게 전자간증이 발병한 경우로 정의한다. 혈압의 높이에 따라 경증은 140~149/90~99 mmHg 이상, 중등증은 150~159/100~109 mmHg 이상, 중증은 160/110 mmHg 이상으로 정의한다. 임신 중 고혈압은 백의고혈압에 대한 약물치료를 피하기 위해 활동 혈압모니터를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혈압이 160/110 mmHg 이상인 중증 고혈압은 약물치료를 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다. 혈압이 150/95 mmHg 이상인 경우에는 분만 전후에 뇌졸중에 의한 입원 발생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적극적인 혈압 치료의 효과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으므로 혈압은 150/100 mmHg 미만으로 조절하며 이완기혈압을 80 mmHg 미만으로 낮추지 않도록 권고한다. 임신 중 유용한 고혈압약으로 hydralazine, methyldopa, labetalol, nifedipine이 있다. 약의 선택은 기존에 복용하던 약의 종류, 부작용, 기형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선택한다. 베타차단제는 태아 성장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임신 후반부에 사용하고, 이뇨제는 체액량 감소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ACE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차단제를 복용하면 선천성 기형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다른 고혈압약으로 변경하도록 권고한다. 만일 고혈압약을 투여하는 중 임신으로 진단되면 ACE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차단제를 신속히 중단하고 대체약을 투여한다. 전자간증 등과 같이 응급 상황에서는 labetalol 정주가 추천되나 nitroprusside 또는 nitroglycerin 등도 정주로 사용할 수 있다. 분만 후에는 혈압을 140/90 mmHg 미만으로 조절한다.
임신성 고혈압과 전자간증은 이후에 고혈압으로 발전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전자간증은 심뇌혈관질환 조기 발생의 위험인자이다. 전자간증이 있었던 환자는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 정맥혈전증의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고, 지속적인 고혈압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4배 더 높다. 특히 32주 이내에 전자간증이 발생한 경우, 사산한 경우 또는 태아 성장장애가 있는 경우에 위험도가 증가한다. 따라서 임신 중 고혈압 환자는 분만 후에도 지속적인 혈압 관리와 적극적인 생활요법이 필요하다. 수유 중인 환자는 땀샘 또는 모유로 배출되지 않는 고혈압 약제를 선택한다.
11.11. 여성과 고혈압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은 젊을 때는 남성보다 낮지만, 갱년기가 지나면서 빠르게 증가하여 60세 이후가 되면 남녀 차가 없거나 오히려 여성에서 조금 더 높게 나타난다. 연령이 증가하면서 맥압이 증가하는 것은 남녀가 동일하나, 폐경 이후 여성의 혈압은 폐경 이전보다 수축기 및 이완기혈압이 상승한다. 하지만 갱년기 이후의 여성에서는 백의고혈압이 빈번하므로 고혈압의 진단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폐경 이후에는 체중 증가, 호르몬 변화 및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하여 폐경기 증상과 많은 심혈관 변화가 일어난다. 과거에는 폐경기 여성에게 폐경 이후 호르몬 대체 요법이 널리 권장되었으나, 임상연구 결과 심뇌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권하지는 말아야 한다. 호르몬 대체요법이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고혈압 발생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서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 초기 몇 달 동안 혈압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여성과 남성의 고혈압 치료에는 차이가 없다. 혈압 강하와 고혈압약 계열 간의 효과에서도 남녀 차이가 없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일부에서 혈압 상승이 나타나나 대개 심하지 않은데, 드물게 가속성(accelerated) 혹은 악성 고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의 가족력, 임신성 고혈압의 과거력, 잠재성 콩팥질환, 또는 비만이 있거나 경구피임약 복용 기간이 길수록 이러한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경구피임약 복용 초기에 혈압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고 그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할 것을 권고한다.
11.12. 수면 무호흡증
지속적 상기도 양압치료는 수면 무호흡증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수면 무호흡증에 대한 연구에서 지속적 상기도 양압치료의 혈압 감소 효과는 2~3 mmHg로 보고되었고, 순응도 및 병의 중증도, 주간의 수면 여부에 따라 혈압 감소 효과에 차이가 있다.
11.13. 인지기능장애
혈관질환 및 그 위험인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포함한 대부분의 치매 발생에 중요한 원인이다. 고혈압은 허혈성 대뇌 소혈관질환과 대뇌 백질이상의 주요 위험인자이고, 이들은 대뇌 신경회로를 손상시킴으로써 인지기능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대부분의 관찰연구에서 수축기혈압이 잘 조절되면 알츠하이머치매 및 기타 치매가 적게 발생하였고, 60대 이후에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50대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한 환자군에서 치매 예방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고되었다. 고혈압 치료가 치매 발생에 미치는 효과를 관찰한 대부분의 무작위배정 임상연구에서 인지기능장애 및 치매 발생에 대해 고혈압 치료가 부정적 영향은 없었으나 검정력 부족, 추적 기간 부족, 부적절한 치매 평가 도구 사용과 같은 연구 방법론 등의 문제로 효과면에서 일관된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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