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혈압의 정의와 혈압의 분류
본 지침에서 ‘고혈압’은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엄격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에서 약물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역치 이상의 혈압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고혈압보다 낮은 혈압 범위에서도 역학적 위험도에 따라 혈압을 분류하고 생활요법을 시행하도록 하여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 본 지침을 활용하고자 한다. 현재까지의 임상시험 근거를 바탕으로 수축기혈압 14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확장기혈압) 90 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 모두 120 mmHg와 80 mmHg 미만일 때를 ‘정상 혈압’으로 분류한다. 정상혈압은 임상적으로 심뇌혈관 위험도가 가장 낮은 최적혈압으로서, 고혈압의 위험성을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사용된다. 수축기혈압이 120~129 mmHg 그리고 이완기혈압이 80 mmHg 미만일 때는 ‘주의혈압’으로 분류한다. ‘고혈압전단계’는 수축기혈압이 130~139 mmHg이거나 이완기혈압이 80~89 mmHg인 경우로 정의한다. 이완기혈압이 90 mmHg 미만이면서 수축기혈압만 140 mmHg 이상으로 상승된 혈압은 ‘수축기단독고혈압’이라 한다. 고혈압은 혈압의 높이에 따라 ‘1기 고혈압’과 ‘2기 고혈압’으로 분류한다<표 1>.
2. 고혈압의 중요성
고혈압이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및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국내 자료로서 남성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6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Korean Medical Insurance Corporation study, KMIC)에 따르면, 혈압이 140/90 mmHg 이상인 고혈압 환자는 130/85 mmHg 미만의 혈압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2.6배 높다. KMIC 연구 코호트 중 코호트 내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고혈압은 뇌졸중에 대한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였다. 관상동맥질환의 위험도는 130/85 mmHg 미만의 혈압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130~140/85~90 mmHg의 혈압은 위험도가 2.51배 높았고 180/110 mmHg 이상의 고혈압은 위험도가 5.08배 높았다. 서양인과 마찬가지로 동양인도 고혈압과 정상혈압 사이에 해당하는 고혈압전단계인 사람들은 정상혈압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생활습관이 좋지 않은 경향이 있으며, 고혈압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고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다고 보고되었다. KMIC 연구에서는 남성 10만 명에 대해 6년간 뇌출혈 (뇌내출혈과 지주막하출혈)의 발생을 관찰하였는데, 혈압이 높을수록 뇌출혈이 증가하였으며 135/85 mmHg를 기준으로 이보다 높은 혈압에서 유의하게 뇌출혈이 증가하였다. 국내 자료가 포함된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관찰연구 결과에서도 고혈압이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질환의 발병에 중요한 인자였다. 또한 수축기혈압을 10 mmHg 낮추었을 때 뇌졸중의 감소 정도가 동양인은 41%로서 호주인의 30%에 비해 혈압 조절에 의한 뇌졸중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고하였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연구에서 남성의 뇌혈관질환과 허혈성 심장질환에 대한 고혈압의 기여위험도는 각각 35%와 21%였다. 또한 수축기혈압이 20 mmHg 증가할 때마다 허혈성 뇌졸중, 뇌내출혈, 지주막하출혈의 위험도는 남성의 경우 각각 1.79배, 2.48배, 1.65배 높았고 여성에서는 1.64배, 3.15배, 2.29배 높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뇌졸중과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고혈압의 기여도는 국내 연구에 의해 입증되었고, 고혈압은 특히 뇌졸중과의 관련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3. 고혈압의 유병률과 혈압의 분포
3.1. 고혈압의 유병률
국민건강영양조사 (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KNHANES)에서는 검진 당시 수축기혈압이 14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이 90 mmHg 이상이거나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를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에서 고혈압의 유병률 (이하 ‘유병률’이라 함)은 30% 전후로 추정된다.
3.2. 유병률의 변동 추이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유병률은 1998년 29.8%에서 2007~09년에는 25.9%로 다소 감소하였다가 2010년 이후 다시 예전 수준으로 증가하였으며, 최근 2016년 조사에서는 29.1% (남성 35.0%, 여성 22.9%)까지 증가하였다. 주의혈압과 고혈압전단계를 합한 혈압의 유병률은 2016년 기준 25.9% (남성 30.8%, 여성 20.8%)로, 30세 이상 성인 인구의 55%가 정상혈압보다 높은 혈압을 가지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서 고혈압 유병률은 65.2% (남성 61.7%, 여성 67.7%)에 달하고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높은 특징을 가진다.
3.3. 연령과 성별에 따른 혈압의 차이
연령이 증가하면서 혈압은 상승하고, 남녀 사이의 혈압 차이가 감소한다. 60세 이상이 되면 남녀 모두 고혈압의 유병률이 50% 이상이다<그림 2>. 전체 성인 인구에서는 남성의 유병률이 여성보다 5~10% 정도 높지만, 여성은 폐경기 이후인 50대부터 혈압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여 70세 이후에는 남성보다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이 더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60~69세 유병률은 50.9%, 70세 이상 유병률은 69.2%였다. 60대까지는 남성 유병률 (55.9%)이 여성 유병률 (46.2%)보다 높았지만, 70세 이상에서는 남성 64.2%, 여성 72.5%로 여성의 유병률이 월등히 높다. 또한, 수축기혈압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계속 상승하지만 이완기혈압은 60대 이후 감소하여, 노인 인구에서는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의 차이인 맥압이 증가하는 특징도 있다.
3.4. 소금 섭취량과 고혈압의 관계
일반적으로 소금 섭취량을 줄이면 혈압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하루 10 g 정도로 추정되고 있어서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중 1998, 2001, 2005년 자료를 단면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0대 미만의 고혈압군에서 소금 섭취량이 높았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에너지 섭취를 보정한 후에는 소금 섭취량과 혈압 간의 독립적인 관계는 없었다. 다만, 대사증후군에서는 소금 섭취량과 혈압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 자료에서는 소금 섭취량보다는 소변 내 나트륨/크레아티닌 비율이 혈압과 상관관계가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소금 섭취량은 설문 조사에 의한 추정치이므로 정확한 소금 섭취량을 반영하기 어렵고 단면적인 연구로서 고혈압이 진단되기 이전의 식습관과 진단된 이후의 식습관 변화를 구분할 수 없는 제한점이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비록 단면적 연구에서 소금 섭취량과 혈압 간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해도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소금 섭취량을 제한하면 혈압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금 섭취 제한에 따른 혈압 강하 효과에 대한 전향적인 중재 연구 결과는 아직 국내에 없다.
3.5. 대사증후군과 고혈압
허리둘레 남성 90 cm, 여성 80 cm를 기준으로 복부비만을 진단하였을 때 1998~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4.1%로 보고되었으며, 1998년 22.5%에서 2001년 24.1%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병률은 2009년부터 2013년의 기간 동안에도 28.8%에서 30.5%로 증가하였고 50세 미만에 서 복부비만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였다. 대사증후군의 구성 요소 중에서 혈압은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대사증후군 환자의 40%에서 관찰되며, 여성에서는 30%에서 관찰되어 저 HDL-콜레스테롤혈증 (59%) 다음으로 흔하다. 2001년 및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주의혈압 및 고혈압전단계에서 26.2%, 고혈압에서 53.3%로 일반 인구에서의 유병률 24.1%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대사장애는 정상혈압에서 고혈압으로 진행하는 데 관여하는 중요한 인자이며, 생활요법의 주요 목표이다.
4. 고혈압의 관리 현황
고혈압이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고혈압의 인지율, 치료율 및 조절률이 있다. 고혈압의 인지는 “과거에 의료인에 의해 고혈압으로 진단 받은 것”으로, 고혈압의 치료는 “조사 시점에 고혈압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고혈압의 조절은 “고혈압제를 복용하여 수축기혈압이 140 mmHg 미만 그리고 이완기 혈압이 90 mmHg 미만으로 조절된 경우”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고혈압의 인지율, 치료율 및 조절률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30세 이상의 인구에서 고혈압의 인지율은 1998년 25%에서 2016년 65%까지 향상되었다. 고혈압 치료율 역시 1998년 22%에서 2016년 61%까지 크게 개선되었다. 고혈압 조절률은 두 경우로 구분하는데, 전체 고혈압 유병자 중에서 혈압이 조절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을 의미하는 유병자 조절률은 1998년 5%에서 2016년 44%로 개선되었다.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중에서 혈압이 조절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을 의미하는 치료자 조절률은 1998년 24%에서 2016년 71%까지 향상되었다<표 3>. 과거 30여 년간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러한 고혈압 관리 수준의 향상 덕택에 고혈압 환자의 평균혈압이 크게 감소하였으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평균혈압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고혈압의 관리 수준은 지난 20년 동안 크게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젊은 연령층, 특히 30대 및 40대 고혈압 유병자의 인지율, 치료율 및 조절률이 낮다. 2016년 자료를 참고하면 30대 및 40대의 인지율은 각각 17.1% 및 42.4%, 치료율은 15.0% 및 35.3%, 그리고 유병자 조절률은 8.0% 및 26.0%로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유병자 조절률은 젊은 연령층에서 고령층에 비해 낮지만,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서의 조절률, 즉 치료자 조절률은 연령에 따른 차이가 없다. 즉, 젊은 고혈압 환자들도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므로 고혈압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약을 복용 중인 4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는 체중 조절, 운동, 절주, 저염식, 금연 중 3가지 이상 생활요법을 실천하는 비율이 38.2%에 불과하여 지속적인 생활요법에 대한 인식 및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
5.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
‘백의고혈압’은 진료실혈압이 140/90 mmHg 이상이고 가정혈압 또는 주간활동혈압이 135/85 mmHg 미만인 경
우로 정의한다. 그리고 진료실과 진료실 밖에서 모두 혈압이 높으면 ‘지속성고혈압’이라 한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 2차 및 3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활동혈압모니터 등록사업의 1기 자료에 등록된 1,916명의 자료에 의하면, 고혈압 진단을 목적으로 활동혈압모니터링을 시행한 환자에서 백의고혈압은 14.9%였고, 진료실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 중 17.4%가 백의고혈압이었다. 국내 단일 3차 의료기관에서의 연구 결과 백의고혈압은 여성 및 비만도가 낮은 환자에서 흔히 나타났다. 활동혈압모니터 등록사업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 약물치료 중에 진료실 혈압이 높으나 주간활동혈압이 정상인 환자의 비율은 전체 치료 환자의 13.5%였고, 진료실혈압을 기준으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의 21.3%였다. ‘가면고혈압’은 진료실혈압이 140/90 mmHg 미만이고 가정혈압 또는 주간활동혈압은 고혈압인 경우로 정의한다. 활동혈압모니터 등록사업 자료에서 주간활동혈압 135/85 mmHg를 기준으로 고혈압을 진단하면 활동혈압 모니터링을 시행한 환자의 17.6%, 고혈압 약물치료 중인 환자의 13.8%, 그리고 진료실혈압이 조절되는 환자의 35.1%가 가면효과에 의해 오인된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이었다. 국내 1차 진료에서 시행된 가정혈압 측정에서 가면고혈압의 유병률은 21.2%였고, 남성, 고령, 흡연이 독립적 영향인자였다. 3차 의료기관에서 치료 중인 고혈압 환자에서는 고혈압약의 사용 개수와 공복혈당이 높을수록 가면고혈압의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구집단에서 백의고혈압 및 가면고혈압에 대한 국내의 연구는 아직 없다. 외국의 연구를 참고하면 백의고혈압은 5년 이내의 단기적인 임상 경과는 비교적 양호하나 장기적인 관찰 결과 고혈압으로 진행하거나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외국의 연구 결과 일반 인구와 고혈압 치료 환자에서 가면고혈압은 지속성고혈압과 예후가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나쁘며, 국내 연구에서 약물치료 중인 고혈압 환자가 가면고혈압이 있는 경우 백의고혈압이 있는 경우보다 심근손상이 심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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