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혈액내과/조혈

다발성 골수종 예후 평가: R-ISS와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

728x90
반응형

 

다발성 골수종을 공부하다 보면 “예후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혈액 지표가 뭐냐?”를 묻는 문제가 꼭 한 번씩은 등장합니다. 예전에는 ISS(International Staging System)를 외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개정된 Revised ISS(R-ISS)가 임상과 교과서의 기본으로 되어 있어서, 용어도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객관식 문제에서는 “다음 중 다발성 골수종의 대표적인 예후 인자는?”이라고 물어놓고, 보기에는 알부민,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 LDH, ESR 등이 뒤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큰 틀부터 잡으면, R-ISS는 이름 그대로 옛날 ISS를 완전히 버린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덧붙인 “개정판”입니다. 원래 ISS는 혈청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과 알부민, 이 두 가지 혈액검사만으로 병기를 나누는 매우 단순한 시스템이었습니다. 가장 예후가 좋은 ISS stage I은 혈청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이 3.5 mg/L 미만이면서 알부민이 3.5 g/dL 이상인 경우이고, 가장 나쁜 stage III는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이 5.5 mg/L 이상인 경우입니다. 이 두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 애매한 중간은 stage II로 분류되죠. 여기서 이미 병기의 축이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알부민은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이 낮은 쪽에서, 환자의 전신 상태를 반영하면서 I과 II를 나누는 보조 역할에 가깝습니다.

 

Revised International Staging System for multiple myeloma

Stage I
Stage II
Stage III
All of the following:
  • B2M <3.5 mg/L
  • Serum albumin ≥3.5 g/dL
  • Normal LDH
  • No del(17p), t(4;14), or t(14;16) by FISH
Neither stage I nor stage III
Both of the following:
  • B2M ≥5.5 mg/L
  • Elevated LDH and/or del(17p), t(4;14), or t(14;16) by FISH

 

이제 R-ISS는 이 ISS 병기에 두 가지 정보를 더 얹습니다. 하나는 LDH, 다른 하나는 세포유전학적 고위험 인자입니다. 예를 들어 del(17p), t(4;14), t(14;16) 같은 이상이 있는지, FISH 검사로 확인해서 고위험군인지 여부를 보는 것입니다. R-ISS I은 ISS stage I이면서 LDH가 정상이고, 고위험 세포유전학 소견이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반대로 R-ISS III는 ISS stage III이면서 LDH가 상승해 있거나, 고위험 세포유전학 중 하나라도 있는 경우입니다. 나머지가 R-ISS II로 들어갑니다. 요약하면,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과 알부민으로 ISS라는 뼈대를 세우고, 여기에 LDH와 고위험 세포유전학으로 살을 붙인 것이 R-ISS”라고 이해하면 구조가 훨씬 단순해집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인자를 사용하는 시대에도, 객관식 문제에서 “대표적인 예후 인자”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이 답이 될까요? 이유는 R-ISS의 토대가 되는 ISS에서부터 병기를 가르는 가장 강력한 축이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이기 때문입니다. 알부민, LDH, 세포유전학 모두 중요한 정보를 주지만, 질병의 양적 부담과 장기 손상을 동시에 숫자로 보여주는 지표는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시험 문제에서 “ISS나 R-ISS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혈액학적 예후 인자”를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이 선택되는 구조입니다.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이 왜 이렇게 강력한 예후 지표가 되는지 메커니즘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더 잘 이해됩니다.

 

첫째, 이 수치는 종양량(tumor burden)을 반영합니다.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은 거의 모든 유핵세포, 특히 림프구와 형질세포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으로, 세포가 늘어나고 분해되는 과정에서 혈중으로 방출됩니다. 다발성 골수종에서는 골수 안에 있는 종양성 형질세포의 수가 증가할수록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의 생성과 유리가 함께 증가합니다. 결국 혈청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 농도가 높다는 것은, 골수종 세포의 총량이 많고, 질병 부담이 크다는 것을 꽤 잘 반영하는 숫자가 됩니다.

 

둘째,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은 신기능(renal function)을 함께 반영합니다. 이 단백은 사구체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여과된 뒤, 근위세뇨관에서 재흡수·분해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따라서 사구체 여과율(GFR)이 떨어지거나 세뇨관 기능에 손상이 생기면 혈중에서 제대로 제거되지 못하고 농도가 상승합니다. 다발성 골수종에서는 “myeloma kidney”, 관형형 주형(cast) 신병증 등 여러 기전으로 신부전이 흔하게 동반되고, 신부전 자체도 독립적인 불량 예후 인자로 취급됩니다. 실제 환자에서는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 상승이 “골수종 세포가 많아서”인 경우도 있고, “신부전 때문”인 경우도 있고, 둘이 겹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경우든, 숫자가 높다는 것은 질병에 의한 전반적인 부담이 크다는 신호가 됩니다.

 

이렇게 보면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은 단순히 “종양표지자 하나”라기보다는, 종양량과 장기손상(특히 신장)을 동시에 비추는 통합 예후 지표로 작동합니다. ISS에서는 이 수치의 높고 낮음에 따라 병기의 큰 틀이 결정되고, R-ISS에서도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이 포함된 ISS 병기를 기반으로 LDH와 세포유전학이 추가됩니다. 알부민은 전신 영양·염증 상태를, LDH는 전신 종양 활성과 조직 손상을, 고위험 세포유전학은 클론의 “질적 악성도”를 알려주는 보조 축입니다. 하지만 병기를 숫자로 크게 갈라놓는 첫 번째 잣대는 여전히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입니다.

 

결국 임상 시험이나 객관식 문제에서 “다발성 골수종의 예후 인자”를 넓게 나열하라고 하면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 알부민, LDH, 고위험 세포유전학, 신부전 여부 등이 모두 언급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혈액검사 지표 중 대표적인 예후 인자 하나”를 고르는 문제라면, ISS와 R-ISS의 구조를 떠올리면서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에 가장 가깝습니다. R-ISS가 무엇을 추가했는지와 함께, 왜 여전히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이 가장 앞줄에 서는지까지 같이 이해해 두면, 단순 암기에서 한 단계 올라간 “근거 있는 선택”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