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 C와 철 흡수: 비헴철·헴철·철분제에서의 역할
출처 입력
1. 비타민 C는 철 대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비타민 C(아스코르빈산)는 철 흡수에서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3가철(Fe³⁺)을 2가철(Fe²⁺)로 환원시키는 역할이고, 둘째, Fe²⁺와 킬레이션(복합체 형성)을 해서 장 내에서 용해도를 높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돕는 역할이다. 이 두 과정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Fe³⁺를 Fe²⁺로 만들고, 그 Fe²⁺를 비타민 C가 붙잡아 수용성 복합체로 만들어 주는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이해하는 편이 임상 감각과도 잘 맞는다. 다만 식품 속 비헴철인지, 경구 철분제 같은 용해성 무기철인지에 따라 어느 기능이 더 두드러지는지, 그리고 실제 임상에서 체감하는 효과 크기가 다르게 나타난다.
2. 식품 비헴철에서의 비타민 C 역할
식물성 식품(곡류·콩류·채소 등)에 들어 있는 비헴철은 대부분 Fe³⁺ 상태로 존재하며, 피테이트, 폴리페놀, 탄닌, 단백질 잔기, 유기산 등 다양한 리간드에 느슨하게 결합해 있다. 이 상태의 Fe³⁺는 물에 잘 녹지 않고, 소장 상피가 바로 흡수할 수 있는 형태도 아니다. 위의 강한 산성 환경과 함께 비타민 C가 존재하면, Fe³⁺는 Fe²⁺로 환원되고 일부 리간드로부터 분리되면서 보다 자유로운 형태의 Fe²⁺ 또는 Fe²⁺–ascorbate 복합체로 전환된다. 소장 상피 표면에는 DCYTB(duodenal cytochrome b)라는 환원 효소가 있어, 비타민 C를 전자 공여체로 이용해 Fe³⁺를 다시 Fe²⁺로 환원시키고, 이렇게 만들어진 Fe²⁺를 DMT1(divalent metal transporter 1)이 흡수하게 된다.
여기서 비타민 C의 두 번째 역할, 즉 킬레이션이 중요해진다. Fe²⁺는 알칼리성에 가까워지는 십이지장 환경에서 쉽게 침전되거나, 다시 피테이트·탄닌·폴리페놀 등에 붙어버릴 수 있다. 비타민 C가 Fe²⁺와 복합체(Fe²⁺–ascorbate)를 이루면 이온이 물에 더 잘 녹은 상태로 유지되고, 억제 인자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같은 양의 비헴철을 섭취해도 식사 구성과 비타민 C의 양에 따라 흡수율이 두 배 이상 차이 날 수 있으며, 채식 위주의 식단에서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채소를 함께 섭취하도록 권고하는 근거가 된다.
3. 용해성 무기철(철분제)에서의 비타민 C 역할
경구 철분제(ferrous sulfate, ferrous fumarate, ferrous gluconate 등)는 대부분 용해성이 높은 Fe²⁺(ferrous) 형태로 제형화되어 있다. 이론적으로는 장 상피의 DMT1이 바로 운반할 수 있는 형태이므로, “Fe³⁺를 Fe²⁺로 환원하는” 비타민 C의 역할이 필수적이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위산이 정상이면서 공복에 ferrous 제제를 단독 복용하는 상황에서는 비타민 C를 따로 더해도 추가 Hb 상승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거의 없는 연구들도 보고된다.
그럼에도 비타민 C가 함께 권장되는 이유는, 철분제가 위와 십이지장을 통과하는 동안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변화 때문이다. 위산 분비가 감소해 있거나(PPI 복용, 고령 등), 음식과 함께 복용해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일부 Fe²⁺가 Fe³⁺로 산화되거나, 알칼리 환경에서 불용성 형태로 침전되기 쉽다. 이때 비타민 C는 산화된 Fe³⁺를 다시 Fe²⁺로 환원하여 흡수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고, 동시에 Fe²⁺–ascorbate 복합체를 형성하여 십이지장 pH에서도 용해도를 유지하는 보조 역할을 한다. 또한 ferric 형태의 복합제나 흡수율이 낮은 제형에서는 비타민 C의 보정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의미 있게 나타날 수 있다.
임상적으로 정리하면, 위산이 정상이고 ferrous 제제를 공복에 단독 복용하는 젊은 성인에서는 비타민 C 추가의 효과가 “있어도 크지 않은 보너스” 수준인 반면, 고령자, PPI 복용자, 식사와 함께 철분제를 복용하는 경우, ferric complex 제제 사용, 식물성 위주 식단에서는 비타민 C가 실제 흡수율을 유의하게 개선해 줄 가능성이 크다.
4. 비헴철·철분제에서의 비타민 C를 한눈에 정리
요약하자면, 비타민 C는 철 흡수에서 “Fe³⁺ → Fe²⁺ 환원”과 “Fe²⁺–ascorbate 킬레이션”이라는 두 축을 통해 작용하며, 이 두 가지 기능 모두 식품 비헴철과 용해성 무기철에서 공통적으로 작동한다. 다만 비헴철의 경우에는 비타민 C 유무에 따라 흡수율이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고, 식사 구성(채식, 피테이트·폴리페놀 함량, 차·커피 섭취 등)에 의해 효과가 증폭되기도 한다. 반면, 이미 Fe²⁺ 형태로 제형화된 용해성 무기철(철분제)에서는 기본 흡수 자체는 비타민 C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위산 저하·동시 식사·제형 특성 등으로 인해 Fe²⁺가 Fe³⁺로 산화되거나 침전될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비타민 C가 이를 보정해 주는 “보험 같은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임상적 현실과도 잘 맞는다.
'혈액내과 > 수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피로 환자에서 Ferritin을 언제 검사할까 (0) | 2025.11.20 |
|---|---|
| 철분 결핍 : CBC 검사의 시간차(Lagging Effect)와 빈혈 소견 (0) | 2025.11.19 |
| 철분제 어떤 제형을 고를까? 황산철, 푸마르산철, 글루콘산철 (0) | 2025.11.13 |
| 헴철과 비헴철의 차이, 그리고 철분제와 비타민 C의 진짜 관계 (0) | 2025.11.12 |
| 경구 철분제 부작용, 용량보다 ‘이 요인’이 더 중요하다 (1) | 2025.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