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B형간염은 감염 후 6개월 이상 HBsAg이 존재하는 경우로, 만성 B형간염의 자연 경과는 면역관용기, HBeAg 양성 면역활동기, 면역비활동기, HBeAg 음성 면역활동기, HBsAg 소실기로 나뉘어진다(Table 2). 이러한 임상 단계들은 지속기간이 다양하며, 환자에서 항상 연속적이지 않으며 어느 한 단계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 회색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단 1회의 alanine aminotransferase(ALT), HBV DNA 검사를 통하여 해당하는 임상 단계를 단정짓거나 항바이러스 치료 시작을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Fig. 1)
만성 B형간염의 면역학적 자연 경과
(1) 만성 B형간염, 면역관용기(chronic hepatitis B, immune tolerant phase or immune tolerant chronic hepatitis B)
대부분의 면역관용기는 수직감염과 관련이 있으며 HBeAg 양성이고, 혈청 HBV DNA가 107 IU/mL 이상으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이 거의 없고, 혈청 ALT가 지속적으로 정상이며 간조직에 염증이 없거나 경미한 시기이다.면역관용기 환자들을 매 6개월마다 5년간 추적 검사한 연구에서 5년 내에 ALT의 상승은 16%에서 있었으며 지속적으로 면역관용기에 머물러 있던 환자들에서는 추적한 간 조직검사에서 기저치에 비해 섬유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대만의 연구에서도 면역관용기에 있는 240명의 환자를 10년간 추적하였을 때 5%에서만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였으며 간세포암종은 발생하지 않았다. 소규모의 실험 연구에서 면역관용기에 있는 환자로부터 얻은 간조직에서 면역활동기 환자의 간조직과 마찬가지로 HBV DNA가 사람의 유전자로 통합되고(HBV-DNA integration) 간세포의 클론증식(clonal hepatocyte expansion)이 확인되어 간세포암종의 발생과정이 면역관용기부터 시작될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유전자형 C형의 경우 HBeAg 혈청전환이 늦어 면역관용기의 기간은 30년 이상 지속되기도 하므로, 가임기 여성의 경우 면역관용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주산기 감염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2) HBeAg 양성 만성 B형간염, 면역활동기(HBeAg-positive chronic hepatitis B, immune active phase or immune active HBeAg-positive chronic hepatitis B)
대부분의 면역관용기 HBV 감염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이 시작되어 HBeAg 양성이고, 혈청 HBV DNA의 감소와 상승이 반복되며, 혈청 ALT의 간헐적 혹은 지속적 상승을 나타내는 면역활동기의 임상 단계가 된다. 이 시기 간조직 소견은 중등도 이상의 염증 소견을 보이고 간손상 정도에 따라 다양한 단계의 섬유화가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는 HBcAg 혹은 HBeAg에 대한 세포 독성 T림프구의 활성이 증가하여 감염된 간세포가 파괴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HBV DNA 증식이 억제되면서 일부에서 HBeAg의 혈청전환이 이루어진다.
일단 HBeAg 혈청전환이 이루어지면 (1) HBeAg 재검출 및 불검출의 반복, (2) 만성 B형간염 면역비활동기 혹은 (3) HBeAg 음성 면역활동기의 3가지 임상상으로 진행하게 된다. 혈청전환된 10-40%의 환자들은 1회 혹은 수차례에 걸쳐서 간염이 악화되면서 HBeAg의 재검출 및 불검출이 반복된다. 특히 재양전은 유전자형 C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며 나이가 들면서 빈도는 감소한다. 간의 비대상성 변화는 급성 악화 환자의 5% 정도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치명적일 수 있다.
(3) 만성 B형간염, 면역비활동기(chronic hepatitis B, immune inactive phase or immune inactive chronic hepatitis B)
면역비활동기 대부분의 환자들은 HBeAg 음성, anti-HBe 양성, 혈청 ALT 정상, 혈청 HBV DNA 불검출 또는 2,000 IU/mL 미만으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시기의 병리 조직 소견은 대부분 염증은 경미하지만 이전에 발생한 간손상을 반영하는 다양한 섬유화 소견을 보일 수 있다.
면역비활동기는 대부분 환자에서 장기간 지속되어 양호한 예후를 보이지만 약 20%의 환자에서는 HBeAg 음성 면역활동기 혹은 HBeAg 양성 면역활동기로 다시 재활성화 및 비활성화를 반복하면서 간질환이 진행하게 된다.
(4) HBeAg 음성 만성 B형간염, 면역활동기(HBeAg-negative chronic hepatitis B, immune active phase or immune active HBeAgnegative chronic hepatitis B)
만성 간염 면역활동기에서 HBeAg 음성/anti-HBe 양성으로 혈청전환된 환자들의 약 20%는 혈청전환 이후에도 2,000 IU/mL 이상의 혈청 HBV DNA, 혈청 ALT의 상승 및 활동성 조직 괴사 소견을 보이는 HBeAg 음성 면역활동기로 이행된다. 이 환자들에서 HBeAg 음성의 원인은 HBV의 PC 혹은 basal core promoter (BCP) 유전자 부위의 변이로 HBeAg을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HBeAg 음성 면역활동기는 HBeAg 양성 면역활동기에 비하여 연령이 높고 섬유화율이 높으며 자연 관해율이 낮아 지속적으로 간세포에 염증이 동반되므로 대부분의 환자에서 섬유화 및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혈청 HBV DNA와 혈청 ALT의 기복이 심해 실제 임상에서 예후가 양호한 면역비활동기와 감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면역비활동기로 진단하였다면 적어도 첫 1년 동안은 혈청 HBV DNA와 ALT를 3개월 간격으로 측정해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한 HBeAg 음성 면역활동기의 환자가 아닌지를 감별해야 한다.
(5) HBsAg 소실기(HBsAg loss phase)
면역비활동기의 환자들은 1-2%/년의 빈도에서 HBsAg이 소실되는 HBsAg 소실기로 이행한다. Liaw 등의 대단위 전향 연구에서는 HBsAg 소실률을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연 0.5%, 무증상의 만성 HBV 감염자에서 연 0.8%로
보고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연 0.4%로 HBsAg 소실률을 보고하였다. 이 시기는 HBV DNA가 혈청에서 대부분 검출되지 않으나 소수에서 HBV DNA가 낮게 일시적으로 확인되기도 한다. HBsAg의 소실은 기능적인 완치상태(functuional cure)이므로 간경변증으로의 진행은 빈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HBsAg이 50세 이후에 소실되거나 HBsAg 소실 시기에 이미 간경변증이 동반된 경우, 그리고 남성인 경우는 간세포암종 발생의 위험도가 지속된다.
자연경과 및 간질환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자연 경과 중 만성 B형간염에서 간경변증의 5년 누적 발생률은 8-20%, 간세포암종 발생은 2-5%/년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간경변증 발생은 5.1%/년의 빈도로 5년 누적 발생률이 23%, 간세포암종 발생은 0.8%/년의 빈도로 5년 누적 발생률이 3%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간경변증과 간세포암종의 발생에 숙주 요인, 바이러스 요인, 사회 환경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숙주 요인에는 간경변증, 만성적인 간내 괴사성 염증, 고령, 남성, 간세포암종의 가족력, 다른 간염 또는 HIV의 동시감염이 있고, 바이러스 요인에는 높은 혈청 HBV DNA 그리고/또는 높은 혈청 HBsAg치, HBV 유전자형 C형, 특정 유전자 변이 등이 있으며, 사회 환경적인 요인에는 만성적인 음주, 대사증후군, 당뇨, 비만, 흡연 등이 있다. 커피, 메트포민, 아스피린 그리고 스타틴이 간세포암종의 위험도를 줄인다고 알려져 있다. 간경변증 혹은 간세포암종으로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들은 Table 3에 요약하였다.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는 간세포암종 발생 위험 예측 모델을 이용하여 간세포암종 발생 위험도를 판단할 수 있으며 다양한 예후 예측 모델이 개발되었다. REACH-B (Risk Estimation for Hepatocellular Carcinoma in Chronic Hepatitis B) 모델은 간경변증이 없고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않은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성별, 나이, ALT, HBeAg 여부, 혈청 HBV DNA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홍콩과 한국에서 간경변증을 포함한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검증되어 3년, 5년, 10년 간세포암종 발생률 예측에 AUROC (area under the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0.77-0.81을 보였다.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 완전 바이러스반응(complete virologic response)을 획득한 환자에서는 혈청 HBV DNA가 간세포암종 발생 예측에 유용하지 않으므로 혈청 HBV DNA를 순간탄성도 측정법을 이용한 간섬유화 수치로 대치하여 만든 modified REACH-B 모델이 몇몇 국내 전향 연구에서 3년, 5년 간세포암종 발생 위험도 평가에 우월하였다. 이 외에도 서양에서 개발된 PAGE-B (platelets, age, gender- hepatitis B scores) 점수체계는 나이, 성별, 혈소판치로 이루어지는데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간세포암종 발생 위험도 예측에 유용하다고 하였으며, 국내 후향 연구들에서 연구에서 국내에서의 유용성을 검증한 바 있다. 한편, 치료 시작 시점의 혈청 알부민치를 더하여 만든 modified PAGE-B 점수가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5년내 간세포암종의 위험도를 구분하는데 있어 기존의 PAGE-B 점수보다 더 우월하였다.
참고문헌 : 2018 대한간학회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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