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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내과/고혈압

2022년 고혈압 진료지침 [1. 고혈압의 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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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I 장. 고혈압의 역학

1. 고혈압의 정의와 혈압의 분류

본 지침에서 ‘고혈압’은 고혈압환자를 대상으로 한 엄격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에서 약물 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역치 이상의 혈압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고혈압보다 낮은 혈압 범위에서도 역학적 위험도에 따라 혈압을 분류하고 생활요법을 시행하도록 하여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 본 지침을 활용하고자 한다.

현재까지의 임상시험 근거를 바탕으로 수축기혈압 14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 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 모두 120 mmHg와 80 mmHg 미만일 때를 ‘정상혈압’으로 분류한다. 정상혈압은 임상적으로 심뇌혈관 위험도가 가장 낮은 최적혈압으로서, 고혈압의 위험성을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사용된다. 수축기혈압이 120~129 mmHg, 그리고 이완기혈압이 80 mmHg 미만일 때는 ‘주의혈압’으로 분류한다. ‘고혈압전단계’는 수축기혈압이 130~139 mmHg이거나 이완기혈압이 80~89 mmHg인 경우로 정의한다. 이완기혈압이 90 mmHg 미만이면서 수축기혈압만 140 mmHg 이상으로 상승된 혈압은 ‘수축기단독고혈압’이라 한다. 고혈압은 혈압의 높이에 따라 ‘1기 고혈압’과 ‘2기 고혈압’으로 분류한다<표 1>.

2. 고혈압의 중요성

고혈압이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및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3). 다수의 국내 관찰연구 데이터에서 고혈압이 관상동맥질환 및 뇌혈관질환의 위험도를 크게 높이는 것이 관찰되었다4-6). 고혈압전단계인 사람들도 정상혈압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생활습관이 좋지 않은 경향이 있으며, 고혈압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고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6-8).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과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 지역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Asia Pacific Cohort Studies Collaboration (APCSC) 연구에서도 고혈압이 뇌졸중과 관상동맥질환의 발생에 중요한 원인이었다. 특히, 수축기혈압이 10 mmHg 낮으면 동아시아 데이터에서는 뇌졸중이 41% 낮아지는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 데이터에서는 30% 낮아져서, 동아시아 인구에서 혈압 조절에 의한 뇌졸중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되었다9).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관상동맥질환과 뇌혈관질환 모두 고혈압의 기여위험도가 가장 높다10). 또한 수축기혈압이 20 mmHg 높으면 허혈성뇌졸중, 뇌내출혈, 지주막하출혈의 위험도는 남성에서는 각각 1.79배, 2.48배, 1.65배 높았고 여성에서는 1.64배, 3.15배, 2.29배 높았다11).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건강검진과 건강보험청구데이터를 이용한 역학 연구에서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의 증가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었고<그림 1>12), 수축기단독고혈압 및 이완기단독고혈압도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도 관찰되었다<그림 2>13). 한국인에서 심뇌혈관질환 발생에 고혈압의 기여도가 매우 크며, 적극적인 혈압 관리의 중요성이 국내 데이터로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3. 고혈압의 유병률과 혈압의 분포

3.1. 고혈압의 유병률

우리나라 성인들의 고혈압 유병률은 국민건강영양조사(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결과를 이용하여 추정할 수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제1기(1998)부터 제3기(2005)까지는 3~4년 주기로 실시하였으나 제4기(2007~2009)부터는 매년 조사를 하되 3개년도 조사 데이터가 합쳐서 전국을 대표할 수 있는 확률표본으로 진행되고 있다14).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검진 당시 수축기혈압이 14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이 90 mmHg 이상이거나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를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로 추정한 고혈압 유병률은 30세 이상 성인에

서 33%, 20세 이상에서는 29%였으며, 2005년 인구구조를 기준으로 연령표준화한 고혈압 유병률은 30세 이상에서 28%, 20세 이상에서는 24%였다15).

3.2. 유병률의 변동 추이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성인의 연령표준화 고혈압 유병률은 1998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감소하고 그 이후로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으나, 최근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20세 이상 남성의 연령표준화 고혈압 유병률은 1998년에 29.6%에서 2007년 21.7%까지 낮아졌다가 2018년 28.0%로 증가하였고, 20세 이상 여성의 연령표준화 고혈압 유병률은 1998년에 22.3%에서 2007년 17.3%까지 낮아졌다가 2018년 18.6%로 증가하였다15). 같은 기간 동안 30세 이상 남성의 연령표준화 고혈압 유병률은 2.4% (1998년), 26.8% (2007년), 33.2% (2018년)로 변하였고, 30세 이상 여성의 연령표준화

고혈압 유병률은 26.8% (1998년), 21.7% (2007년), 23.1% (2018년)로 변하였다16).

3.3. 연령과 성별에 따른 혈압의 차이

연령이 증가하면서 혈압은 상승하고, 남녀 사이의 혈압 차이가 감소한다. 60세 이상이 되면 남녀 모두 고혈압의 유병률이 50% 이상이다. 전체 성인 인구에서는 남성의 유병률이 여성보다 5~10% 정도 높지만, 여성은 폐경기 이후인 50대부터 혈압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여, 70세 이후에는 남성보다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이 더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15)16). 특히, 고령일수록 남성 인구보다 여성 인구가 더 많기 때문에 고령의 고혈압환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월등히 많아진다<그림 4>.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혈압 인구는 남성이 178만 명(95% 신뢰구간 172~185만 명), 여성이 270만 명(95% 신뢰구간 261~279만 명)으로 추정된다17). 또한, 수축기혈압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계속 상승하지만, 이완기혈압은 60대 이후 감소하여, 노인 인구에서는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의 차이인 맥압이 증가하고 수축기단독고혈압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3.4. 소금 섭취량과 고혈압의 관계

일반적으로 소금 섭취량을 줄이면 혈압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하루 10 g 정도로 추정되고 있어서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16).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중 1998, 2001, 2005년 자료를 단면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0대 미만의 고혈압군에서 소금 섭취량이 높았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에너지 섭취를 보정한 후에는 소금 섭취량과 혈압 간의 독립적인 관계는 없었다18-20). 다만, 대사증후군에서는 소금 섭취량과 혈압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21). 또한 우리나라 자료에서는 소금 섭취량보다는 소변 소듐/크레아티닌 비율이 혈압과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22).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소금 섭취량은 설문 조사에 의한 추정치이므로 정확한 소금 섭취량을 반영하기 어렵고, 단면적인 연구로서 고혈압이 진단되기 이전의 식습관과 진단된 이후의 식습관 변화를 구분할 수 없는 제한점이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비록, 단면적 연구에서 소금 섭취량과 혈압 간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해도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소금 섭취량을 제한하면 혈압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3).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진료지침은 하루 소금 섭취량을 6 g (소듐 2,400 mg)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2013-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학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 유병자 중에 일일 소듐 섭취량이 2,400 mg 이하인 경우는 28.8%에 불과하였다24). 우리나라 일반 인구에서 소금 섭취 제한의 혈압 강하 효과에 대한 중재 연구 근거는 부족하다.

3.5. 대사증후군과 고혈압

허리둘레 남성 90 cm, 여성 80 cm를 기준으로 복부비만을 진단하였을 때 1998-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4.1%로 보고되었으며, 1998년 22.5%에서 2001년 24.1%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25). 유병률은 2009년부터 2013년의 기간 동안에도 28.8%에서 30.5%로 증가하였고 50세 미만에서 복부비만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였다26). 대사증후군의 구성 요소 중에서 혈압은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대사증후군 환자의 40%에서 관찰되며, 여성에서는 30%에서 관찰되어 저 HDL-콜레스테롤혈증(59%) 다음으로 흔하다27). 2001년 및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의 대사

증후군 유병률은 주의혈압 및 고혈압전단계에서 26.2%, 고혈압에서 53.3%로 일반 인구에서의 유병률 24.1%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28). 대사장애는 정상혈압에서 고혈압으로 진행하는 데 관여하는 중요한 인자이며 생활요법의 주요 목표이다29)30).

4. 고혈압의 관리 현황

고혈압이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고혈압의 인지율, 치료율 및 조절률이 있다. 고혈압의 인지는 “과거에 의료인에 의해 고혈압으로 진단 받은 것”으로, 고혈압의 치료는 “조사 시점에 고혈압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고혈압의 조절은 “고혈압제를 복용하여 수축기혈압이 140 mmHg 미만, 그리고 이완기혈압이 90 mmHg 미만으로 조절된 경우”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고혈압의 인지율, 치료율 및 조절률은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되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30세 이상 인구에서 고혈압의 인지율은 1998년 23.5%에서 2018년 69.1%까지 향상되었다. 고혈압 치료율 역시 1998년 20.4%에서 2018년 65.3%까지 크게 개선되었다. 고혈압 조절률은 두 경우로 구분하는데, 전체 고혈압 유병자 중에서 혈압이 조절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을 의미하는 유병자 조절률은 1998년 4.9%에서 2018년 48.3%로 개선되었으며,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중에서 혈압이 조절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을 의미하는 치료자 조절률은 1998년 23.8%에서 2018년 73.1%까지 향상되었다<표 3>16). 과거 30여 년간 고혈압 유병률의 감소는 크지 않았지만, 고혈압 관리 수준의 향상 덕택에 고혈압환자의 평균혈압이 크게 감소하였으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평균혈압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15).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고혈압 관리는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로 전 국민의 평균혈압 수준을 감소시켜서 현재는 인구집단 평균혈압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힌다31).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고혈압의 관리 수준은 지난 20년 동안 크게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젊은 연령층, 특히 30대 및 40대 고혈압 유병자의 인지율, 치료율 및 조절률이 고령자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15)16)32). 유병자 조절률은 젊은 연령층이 고령층에 비해 낮지만, 치료자 조절률은 연령에 따른 차이가 없다. 즉, 젊은 고혈압환자도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므로 고혈압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5.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

‘백의고혈압’은 진료실혈압이 140/90 mmHg 이상이고 가정혈압 또는 주간활동혈압이 135/85 mmHg 미만인 경우로 정의한다. 그리고 진료실과 진료실 밖에서 모두 혈압이 높으면 ‘지속성고혈압’이라 한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 2차 및 3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활동혈압모니터(Kor-ABP) 등록사업의 1기 자료에 등록된 1,916명의 자료에 의하면, 고혈압 진단을 목적으로 활동혈압모니터링을 시행한 환자에서 백의고혈압은 14.9%였고, 진료실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 중 17.4%가 백의고혈압이었다. 활동혈압모니터 등록사업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 약물치료 중에 진료실혈압이 높으나 주간활동혈압이 정상인 환자의 비율은 전체 치료 환자의 13.5%였고, 진료실혈압을 기준으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의 21.3%였다33)34). 국내 단일 3차 의료기관에서의 연구결과 백의고혈압은 여성 및 비만도가 낮은 환자에서 흔히 나타났다35).

‘가면고혈압’은 진료실혈압이 140/90 mmHg 미만이고 가정혈압 또는 주간활동혈압은 고혈압인 경우로 정의한다. 활동혈압모니터 등록사업 자료에서 주간활동혈압 135/85 mmHg를 기준으로 고혈압을 진단하면 활동혈압모니터링을 시행한 환자의 17.6%, 고혈압 약물치료 중인 환자의 13.8%, 그리고 진료실혈압이 조절되는 환자의 35.1%가 가면효과에 의해 오인된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이었다34). 3차 의료기관에서 치료 중인 고혈압환자에서는 고혈압약의 사용 개수와 공복혈당이 높을수록 가면고혈압의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35).

우리나라 일반인구집단에서 백의고혈압 및 가면고혈압에 대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 경기도 고양시의 20~65세 성인 496명을 대상으로 진료실혈압과 24시간 활동혈압을 측정한 연구에서 백의고혈압 유병률을 1.1%로, 가면고혈압 유병률을 16.2%로 추정하였다36). 외국의 연구를 참고하면 백의고혈압은 5년 이내의 단기 경과는 비교적 양호하나, 장기 추적하면 고혈압으로 진행하거나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으므로,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경과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37). 외국의 연구 결과 일반 인구와 고혈압 치료 환자에서 가면고혈압이 정상혈압에 비하여 심혈관질환 및 사망위험이 높고38-40), 국내 연구에서도 약물치료 중인 고혈압환자가 가면고혈압이 있는 경우, 백의고혈압이 있는 경우보다 심근손상이 심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41). 한국활동혈압모니터링 레지스트리 연구에서 혈압 조절이 되지 않는 가면고혈압환자가 조절된 환자에 비하여 뇌졸중 과거력, 이상지질혈증, 좌심실비대, 빈맥이 더 많이 관찰되기도 하였다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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