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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내과/이상지질혈증

스타틴이 총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대한내과학회지: 제 98 권 제 1 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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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스타틴(statin)은 콜레스테롤의 합성 과정에서 속도제한효소(rate-limiting enzyme)인 HMG-CoA 환원효소(3-hydroxy-3- methylglutaryl coenzyme A reductase)를 억제해 체내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약제이다[1]. 무작위대조시험을 통해 심혈관 질환에 대한 스타틴의 일차 및 이차 예방 효과가 입증되고, 이러한 연구 결과가 이상지질혈증을 포함한 주요 심혈관 위험인자의 관리 지침에 반영되면서 현재 스타틴은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제가 되었다[2,3]. 하지만 스타틴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것 이외에 독립적으로 혈관의 기능 이상과 염증 및 면역 조절 등에 관여하며 다표현형발현(pleiotropic) 효과를 나타낸다[4]. 이는 스타틴이 환자의 건강 결과(health outcomes)에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 동안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암, 감염병, 신경변성 질환 (neurodegenerative disease) 및 자가면역 질환 등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나, 아직 이들이 환자의 총 사망률(all-cause mortality)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지 않다. 본 논문에서는 총 사망률(all-cause mortality)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를 주요 임상 연구의 결과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본 론

무작위대조시험에서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

스타틴의 총 사망률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에 대한 효과는 주로 스타틴이 심근경색증, 뇌졸중 및 주요 유해 심혈관 사례(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s) 등과 같은 심혈관 결과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한 무작위대조시험에서 보고되었다[2]. 현재는 약물 요법으로 혈중 저밀도지단백질 콜레스테롤(low-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LDL-C) 농도를 낮추는 것이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타틴의 개발 초기에는 스타틴에 의한 LDL-C 감소의 안전성과 심혈관 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킨 대표적인 연구가 Scandinavian Simvastatin Survival Study (4S)이다[5]. 4S는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simvastatin 20 mg 의 효과를 평가하였다. 이 연구에서 simvastatin은 중앙값 5.4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위약군 대비 일차 평가 변수인 총 사망률을 30% 감소시켰으며(상대위험도 0.70, 95% 신뢰구간 0.58-0.85, p = 0.0003),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42% 감소시켰다(상대위험도 0.58, 95% 신뢰구간 0.46-0.73, p < 0.00001). 그러나 이 연구에서 비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양군 간에 차이가 없었다[5].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이차 예방 연구인 Long-Term Intervention with Pravastatin in Ischaemic Disease는 총 사망률에 대한 pravastatin 40 mg의 효과를 이차 평가 변수로 조사하였다[6]. 이 연구에서 pravastatin군은 위약군에 비해 평균 6.1년 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총 사망률이 22% 감소하였다(상대 위험도 0.78, 95% 신뢰구간 0.69-0.87, p < 0.001) [6].

스타틴 요법에 의한 총 사망률의 감소는 심혈관 질환에 대한 일차 예방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4S에 이어 발표된 West of Scotland Coronary Prevention Study (WOSCOPS)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pravastatin 40 mg 의 효과를 평가하였다[7]. 이 연구에서 pravastatin군은 평균 4.9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위약군과 비교해 총 사망률이 22% 감소하였다(상대위험도 0.78, 95% 신뢰구간 0.60-1.00, p = 0.051, 기저 위험인자 보정 시 p = 0.036) [7,8]. 스타틴의 투여는 혈중 LDL-C 농도가 정상인 사람의 총 사망률도 감소시켰다. Justification for the Use of Statin in Prevention: An Intervention Trial Evaluating Rosuvastatin (JUPITER)은 심혈관 질환의 병력이 없으면서 혈중 LDL-C가 130 mg/dL 이하이고, 고감도C반응단백질(high-sensitivity C-reactive protein, hsCRP) 이 2.0 mg/L 이상이며, 중성지방이 500 mg/dL 미만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혈관 질환에 대한 rosuvastatin 20 mg의 일차 예방 효과를 평가하였다[9]. 이 연구는 위약 대비 rosuvastatin 의 이득이 명백해 연구가 예정보다 조기에 종료되었는데, 중앙값 1.9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rosuvastatin군의 총 사망률은 위약군에 비해 20% 감소하였다(위험비 0.80, 95% 신뢰 구간 0.67-0.97, p = 0.02). WOSCOPS [7]와 JUPITER [9]는 모두 총 사망률이 연구의 일차 평가 변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연구에서 스타틴이 총 사망률을 감소시킨 것은 아니었다. Heart Outcomes Prevention Evaluation (HOPE)-3 연구는 심혈관 질환이 없으면서 심혈관 위험이 중등도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rosuvastatin 10 mg의 효과를 평가하였는데, 중앙값 5.6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rosuvastatin군과 위약군 사이에 총 사망률의 차이는 없었다[10]. HOPE-3 [10]과 JUPITER [9]는 심혈관 질환에 대한 rosuvastatin의 일차 예방 효과를 평가한 연구들로, 두 연구 모두 총 사망률이 연구의 일차 평가 변수는 아니었으나 투여된 rosuvastatin의 용량 (HOPE-3, 10 mg vs. JUPITER, 20 mg)과 연구 참여자의 기저 혈중 LDL-C 농도(HOPE-3, 평균 128 mg/dL vs. JUPITER, 중앙값 108 mg/dL) 및 hsCRP 농도(HOPE-3, 중앙값 2.0 mg/L vs. JUPITER, 중앙값 4.2 mg/L) 외에 연구의 다른 특성들은 서로 유사하였다. HOPE-3 [10]과 JUPITER [9] 모두 rosuvastatin군에서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위약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연구 간 총 사망률의 차이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상기 연구들 외에도 스타틴의 심혈관 결과에 대한 효과를 평가한 무작위대조시험들은 연구 대상 집단이나 사용된 스타틴의 강도와 용량, 평가 변수, 추적 관찰 기간 및 연구가 수행된 시기 등에 차이가 있었으나, 총 사망률에 대해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다(Table 1).

메타분석 연구의 결과와 이에 대한 평가(appraisal)

최근 스타틴 치료가 총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분명하게 평가하기 위해, 스타틴에 의한 혈중 LDL-C 농도의 감소와 총 사망률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무작위대조시험의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11]. 이 연구[11]에는 1,000명이 넘는 성인을 대상으로 스타틴이 총 사망률과 심혈관 결과에 미치는 효능을 평가한 총 21개의 무작위대조시험이 분석에 포함되었는데, 이 중 일차 예방 연구는 7개, 이차 예방 연구는 6개였으며, 일차 또는 이차 예방에 해당하는 연구는 8개였다. 메타분석 결과, 스타틴 치료는 위약을 투여하거나 스타틴이 포함되지 않은 표준 치료를 한 경우와 비교해 총 사망률의 절대위험도와 상대위험도를 각 각 0.8% (95% 신뢰구간 0.4-1.2%)와 9% (95% 신뢰구간 5-14%) 감소시켰다[11]. 이 연구에서는 총 사망률과 함께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는데, 스타틴 치료 시 심근경색증의 절대위험도와 상대위험도는 각각 1.3% (95% 신뢰구간 0.9-1.7%)와 29% (95% 신뢰구간 22-34%) 감소하였고, 뇌졸중의 절대위험도와 상대위험도는 각각 0.4% (95% 신뢰구간 0.2-0.6%)와 14% (95% 신뢰구간 5-22%) 감소하였다[11]. 이러한 결과는 일차 예방군과 이차 예방군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났다. 아울러 메타회귀분석에서는 스타틴 에 의한 혈중 LDL-C의 감소 정도가 총 사망률, 심근경색증 및 뇌졸중의 발생 위험에 대한 스타틴의 치료 효과 크기와 관련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이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스타틴 치료가 총 사망률을 포함한 개별 임상 결과에 미치는 절대적인 이득은 미미하며, 스타틴의 치료 효과와 혈중 LDL-C 농도 감소의 연관성 역시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11].

이 연구[11]는 주로 복합 결과(composite outcome)에 초점 을 맞추었던 기존의 메타분석 연구들[12-14]과는 달리 총 사망률을 심근경색증 및 뇌졸중과 함께 개별적인 결과 (individual outcome)로 구분해, 스타틴이 각각에 미치는 효과 를 절대위험도 감소(absolute risk reduction, ARR)와 상대위험도 감소(relative risk reduction, RRR)로 살펴보았다. 또한, 연구들 간 특성의 차이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각 연구의 추적 관찰 기간과 대조군의 사건 발생률을 보정해 메타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 이 연구는 개별 연구 참여자의 자료(individual participant data)가 아닌 각 연구의 요약 자료 (aggregated trial data)를 이용해 메타분석을 하였다는 점에서 내적 타당도에 한계가 있으나, 대신 이질성에 대한 탐색을 통해 분석에 포함된 연구들 간에 중요한 임상적, 통계적 이질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11,15]. 저자들[11]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를 충실히 평가하였다.

그렇다면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는 정말 크지 않은 것일까? 임상 연구나 이를 이용한 메타분석 연구는 일반적으로 ARR과 RRR을 이용해 중재의 효과를 평가한다. RRR은 치료군과 대조군 간 사건 발생률의 차이를 대조군의 사건 발생률로 나눈 값으로, 임상 시험에서 자주 사용되는 척도이지만 사건 발생률이 낮은 경우 실제보다 치료 효과의 크기를 과장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ARR은 치료군과 대조군 간 사건 발생률의 절대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값으로, 치료 효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ARR 대신 최소 치료 환자 수 (number needed to treat, NNT)를 평가에 이용하기도 한다. NNT는 ARR의 역수로,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치료해야 하는 환자의 수를 의미한다. 앞선 메타분석 연구[11]에서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NNT는 125명이었다[15]. 하지만 ARR이나 NNT는 고정된 값이 아니며,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 위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적용 시 주의해야 한다. 만약 ARR이나 NNT 만을 고려해 치료 방침을 정하는 경우 환자 중심의 개별화된 접근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11]의 결과를 임상에 올바르게 적용하려면 먼저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의 관점에서 메타분석의 결과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개별 위험도에 따른 위험과 편익을 고려해 스타틴 치료의 절대적 효과와 상대적 효과를 각각 따져 보아야 한다[15].

스타틴 치료의 효과를 평가하는 지표로서 총 사망률의 적절성

임상 연구에서 총 사망률이 중재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적절한 지표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여지가 있다. 모든 질병 치료의 목표는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총 사망률에 대한 평가는 예상하지 못한 위해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16]. 그러나 총 사망률은 보통 원인별 사망률(cause-specific mortality)에 비해 민감도나 특이도가 낮기 때문에, 총 사망률에만 의존해 중재의 유용성을 평가하는 경우 특정 원인이나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17].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치료 효과는 크게 심혈관 질환에 의한 것과 비심혈관 질환에 의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만약 대상 집단이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의 고위험군이라면 스타틴 치료 시 이로 인한 심혈관 이득이 커지므로, 이들의 총 사망률의 감소는 상당 부분 심혈관 사망률의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2,18]. 하지만 연구 참여자가 심혈관 질환과 함께 암이나 코로나19 등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심혈관 질환과는 별개로 이 질환들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가 환자의 총 사망률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19-21].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와 이에 대한 해석은 이를 평가하는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타틴 치료의 효과를 조기 사망률로 평가하는 경우 우연히 발생한 사건들로 인해 결과를 실제보다 과도하게 해석할 수 있으며, 반대로 장기 사망률로 효과를 평가하는 경우 스타틴이 아닌 다른 위험인자들의 영향을 치료에 의한 효과로 오인할 수 있다[22]. 그러므로 개별 연구에서 확인된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 치료의 효과를 다른 집단으로 확장하거나 일반화하는 것은 외적 타당도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결 론

스타틴은 죽종형성(atherogenesis)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중 LDL-C의 농도를 효과적으로 낮추며, 무작위대조시험을 통해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에 대한 일차 및 이차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제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 질환이 주요 사망 원인들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적절한 스타틴 요법은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의 총 사망률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총 사망률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를 보다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향후 다양한 집단들을 대상으로 총 사망률을 일차 종점(primary endpoint)로 설정한 임상 연구들이 수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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