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진료지침 2020 [IV 특수한 상황에서의 결핵 치료]
결핵은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인에서 발생하는 주요한 기회감염 질환 중의 하나로서,
우리나라의 경우 HIV 감염인의 기회감염질환 중 11-2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HIV와 결핵의 동시
감염률은 2005년 인구 100,000명당 0.095였고,4 1998-2010년 사이에 조사한 HIV 감염인에서 결핵발생률은
100 환자-년(patient-year) 당 1.19였는데,5 효과적인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ART)로
인하여 발생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HIV 감염인에서 결핵 발생은 CD4 림프구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면역상태가 낮을수록 발생빈도가 증가한다. 결핵의 임상발현 양상도 CD4 림프구수가 낮을수록
폐외 결핵이 더 흔하고 발열과 같은 전신증상이 많으며, 폐결핵의 경우에는 정상인에서의 결핵과 다른 비전형적인
영상 소견을 보일 수 있다. 면역억제 상태가 심할수록 결핵감염에서 전형적으로 관찰되는 육아종(granuloma)이
잘 생성되지 않거나 완전히 생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면역억제 상태가 진행된 HIV 감염인에서 염증반응의
저하로 인하여 초기에 증상이 명확하지 않던 결핵이 ART를 시작한 후 면역기능이 회복됨에 따라 임상증상을
보이는 결핵으로 진단될 수 있다(unmasking TB). 결핵의 발생이 HIV 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결핵을 가지고 있는 HIV 감염인의 경우 HIV의 혈중농도가 더 높아지고 HIV 질환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HIV 감염인에서 결핵 치료는 HIV비감염자와 같은 원칙에 따라 시행한다. 결핵이 발생한 HIV 감염인에서
ART를 시작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의 고려가 필요하다. ① 치료 시작 시기, ② rifamycin과 항레트로
바이러스 약제 사이에 상호작용이 발생할 가능성, ③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와 항결핵제들을 동시에 투여할
때 간독성과 신경병증과 같은 약제독성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위험성, ④ ART 시작 후에 면역재구성염증증후군
(immune reconstitution inflammatory syndrome, IRIS)의 발생.
ART를 받고 있는 환자에서 결핵이 진단될 경우 즉시 적절한 결핵 치료를 시작한다. 결핵 치료를 시작할
시점에 ART를 시행 받고 있는 환자는 rifamycin과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 사이에 상호작용에 주의해서 혈중
HIV 억제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의 종류와 용량을 선택한다.
면역저하 상태에서의 결핵은 빠르게 진행하여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HIV 감염인에서 임상적으로나 영상학적
으로 결핵에 합당할 경우 필요한 진단적 미생물학 검사를 시행 후 즉시 경험적 결핵 치료를 시작하여야 한다.
결핵 치료를 시작한 후에 몇 일 또는 몇 주 이내에 ART를 시작하는 것은 이보다 더 늦게 ART를 시작하는
경우에 비하여 IRIS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8 ART를 시작하는 시점은 환자의 면역학적, 임상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결핵이 진단된 HIV 감염인에서 결핵 치료 기간 중에 ART를 동시에 투여하는 것이 생존율을
향상시키며, 조기에 ART를 시작함으로써 추가적인 기회감염의 위험성을 줄이고, 항바이러스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으며, 결핵 치료의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12 최적의 ART시작 시점을 평가하기 위한 무작위연구
들을 통해서, CD4 림프구수 <50mm3인 경우에는 ART의 시작을 가능한 빨리하되 늦어도 2주 이내에
하는 것이 에이즈와 관련된 합병증이나 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다. CD4 림프구수 ≥50mm3인 경우에는
결핵 치료 시작 2주 내에 ART를 시작하는 것이 8-12주에 시작하는 것에 비해서 더 효과적이지는 않았으나,
조기에 투여하는 것이 부가적인 위해를 일으키지 않았고 조기에 ART를 투여하는 것의 장점이 많기 때문에 결핵
치료 시작 후 8주 이내에 ART를 시작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결핵성 수막염의 경우 결핵으로 진단 받은 지
1주 이내에 ART를 시작한 군과 8주 이후에 ART를 시 작한 군을 무작위로 비교한 연구에서 조기에 ART를
시작한 군에서 IRIS에 의한 신경학적 이상소견이 유의하게 많이 나타났기 때문에 CD4 림프구수가 낮은 결핵성
수막염의 경우는 조기에 ART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합병증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며 가능하다면 시기를 항결핵제
사용 8주 이후로 늦추는 것을 권고한다. 활동성 결핵이 있는 모든 HIV 감염 임신부는 가능한 조기에 ART를
시작해야 하는데, 임신부의 HIV 치료 뿐만 아니라 태아로의 HIV 전파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ART의 선택은
임신에서의 효과와 안정성에 기반해서 항레트로바이러스제와 rifamycin의 약제 상호 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HIV감염인에서 항결핵제들과 관련된 독성은 다양한 빈도로 보고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항결핵제들의 이상
반응이 발생하는 빈도는 HIV 비감염인과 유사하다. 일부 약제는 HIV 치료제와 상호작용이 있어 주의가 필요
하다. 리팜핀, 리파부틴, 리파펜틴 같은 rifamycin 계열의 항결핵제는 결핵 치료에 필수적인 약제이다. 그러나,
rifamycin이 cytochrome P450과 UGT1A1 효소의 활성을 유도하기 때문에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 중 특히
단백분해효소 억제제(protease inhibitor, PI)와 중요한 약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약제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rifamycin은 ART를 시행 받는 환자들에서 1차 치료제로 포함되어야 한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와 rifamycin을 동시에 사용할 때 두 약제의 종류 선택과 용량 조절에 대한 고려가 필요
하다. 리파부틴은 CYP3A4 효소의 활성유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PI 또는 인테그라제 염색분체 전달 억제제
(integrase strand transfer inhibitor)를 포함하는 ART를 시행하는 경우 리팜핀 대신 사용할 수 있다. 리팜핀은
PI, elvitegravir, etravirine, rilpivirine, 또는 tenofovir alafenamide의 혈중농도를 현저하게 낮추므로
동시에 투여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 리팜핀은 raltegravir 또는 dolutegravir와 같이 사용하는 경우 두
약제의 혈중농도를 낮추므로 두 약제의 용량을 올리는 것을 권고한다. 긴 반감기를 가지는 리파펜틴은 CYP3A4
효소를 유도하기 때문에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의 대사에 큰 영향을 주므로 efavirenz 또는 raltegravir를
기반으로 하는 요법 외에는 권고하지 않는다. Efavirenz와 리팜핀 사이에는 약제상호작용이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리팜핀을 근간으로 하는 결핵 치료를 받고 있는 HIV감염인에서 efavirenz 사용이 선호되며, efavirenz를
포함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를 투여하고 있는 경우 리팜핀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HIV 감염인에서 결핵과 관련된 IRIS는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ART를 받지 않았던 HIV 감염인의 결핵에서
결핵 치료를 시작한 후 연이어 ART를 시작한 경우 대략 3개월 이내에 증상이 오히려 악화되어 보이는
‘paradoxical TB-associated IRIS’와, 결핵이 진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ART를 시작한 후 수 주 이내에 면역반응이
증가되면서 초기 임상발현이 미약하였던 결핵이 활발한 염증반응에 의해 완연한 활동성 결핵으로 발현되어
활동성 결핵으로 진단되는 ‘unmasking TB-associated IRIS’로 구분할 수 있다. HIV 감염인에서 ART 시작
후에 발생할 수 있는 IRIS는 ART에 의하여 결핵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이 회복되어 발생하는 것으로서, HIV에
감염된 결핵 환자의 8-4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IRIS가 발생하였을 경우 결핵
치료 실패의 가능성을 반드시 배제하여야 한다. IRIS가 발생할 예측인자로는 기저 CD4 림프구수가 50/mm3미만,
ART 시작 후의 높은 CD4 림프구수 상승, ART 시작 전후 혈청 HIV 역가 감소가 현저한 경우, 중증의 결핵,
결핵치료와 ART를 시작한 시점이 30일 이내인 경우가 알려져 있다. IRIS가 경증 또는 중등도로 발생한
환자에서는 결핵치료와 ART가 지속되어야 하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하여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를 사용할 수
있다. 중증의 IRIS가 발생한 경우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prednisone, 1mg/kg/day)를 용량을 줄이면서
1-4주 동안 사용하는 것이 임상적인 호전을 일으킬 수 있으며, 증상이 호전되는 양상에 따라서 스테로이드의
사용기간과 감량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HIV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잠복결핵감염(LTBI) 상태라면 일생 동안 5-10%에서 활동성 결핵이 발생한다.
반면 HIV 감염인이 LTBI 상태라면 해마다 10%에서 활동성 결핵이 발생한다. HIV 감염인에서 LTBI를 진
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활동성 결핵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고, 결핵의 전파를 줄일 수 있는데, 잠복결핵감염을
치료함으로써 활동성 결핵을 62% 감소시키고 사망률을 26% 감소시킬 수 있었다.
HIV 감염이 진단된 모든 사람에게 LTBI를 진단하기 위해 결핵감염 검사를 권고한다. 결핵감염검사로 IGRA
혹은 TST를 시행한다. TST의 경우 48-72시간 후에 피부경결의 직경이 5mm 이상이면 양성으로 판정한다.
HIV 감염인에서 면역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면 IGRA, TST와 같은 잠복결핵감염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에
위음성을 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검사 시기의 CD4 림프구수가 200/mm3 미만이고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다면
CD4 림프구수가 200/mm3 이상으로 증가한 후에 검사를 반복하는 것을 고려한다.
HIV 감염인 중에서 다음의 조건을 만족하면 LTBI의 치료를 권고한다.
① 잠복결핵감염 검사결과 양성을 보이고 활동성 결핵의 증거가 없는 HIV 감염인
② 결핵감염 검사결과와 상관없이 전염성 결핵환자와 밀접접촉한 HIV 감염인
잠복결핵감염의 치료에 있어 HIV 환자에서는 약제에 대한 부작용의 가능성이 높고 HIV 관련 치료제와의
상호작용이 있으므로 HIV 비감염자와 비해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제로는 우선 isoniazid 1일 1회 9개월 요법을
권고한다. Isoniazid 단독요법은 오랜 임상경험으로 인하여 그 효과가 잘 알려져 있으며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와의 상호작용이 미미하다. 말초신경병증의 예방을 위해 pyridoxine 25mg을 같이 투여한다. 9개월 투여가
어려운 경우에는 6개월 투여로 단축할 수 있으나 효과의 감소를 보일 수 있다. Isoniazid/rifapentine 1주
1회 12주간의 병합투여는 isoniazid 9개월 요법과 동등한 효과를 보였고,3 투여기간이 짧아서 투약의 순응도를
높을 수 있다. Isoniazid에 부작용이 있거나, isoniazid 내성균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rifampin 또는
rifabutin 4개월 요법을 고려한다. Isoniazid/rifampin 1일 1회 3개월 병합요법도 고려할 수 있는데
isoniazid 6개월 요법에 상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4,5 잠복결핵감염의 치료에서도 rifamycin 계열의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약제 상호작용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Isoniazid/rifapentine 병합요법은
약제 상호작용이 크지 않은 efavirenz나 raltegravir를 기반으로 하여 abacavir/lamivudine (ABC/3TC) 또는
tenofovir alafenamide/emtricitabine (TAF/FTC)와 병합하는 경우에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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