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검사
종양에 대한 감시검사(surveillance)를 시행하는 목적은 질환과 관련된 사망률을 감소시키고자 하는데 있다. 지금까지 간세포암종 감시검사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단지 2개에 불과하다. 1990년대 초 중국에서 HBV 보유자들 5,581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에서 간세포암종의 감시검사로 간 초음파검사 없이 6개월 간격의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alpha-fetoprotein, 이하 AFP)만이 사용되었는데, 혈청 AFP는 대조군에 비해 간세포암종의 조기진단이 가능하였지만 전체 사망률은 감소시키지 못하였다. 이는 간세포암종이 진단되어도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하지 못해 lead time 이득이 생존기간 연장으로 나타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총 18,816명의 B형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중국에서 시행된 다른 무작위 대조연구결과 6개월 간격의 간 초음파와 혈청 AFP를 이용한 감시검사는 대조군에 비하여 사망률을 37% 감소시켰다. 또한 감시검사군의 환자들은 대조군 환자들보다 소간암의 진단율, 수술과 같은 근치적 치료가 가능한 병기의 간세포암종 진단 및 종양 진단 이후 환자들의 전체생존이 의미있게 개선되었다. 이밖에도 몇 개의 후향적 연구들과 메타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감시검사로 간세포암종의 조기병기 진단 및 근치적 치료가 가능해지고 이는 환자 생존율의 증가로 이어짐을 보여주어 고위험군에서 간세포암종 감시검사가 유용함을 일관되게 제시하였다.
간세포암종의 위험군은 다른 암종과 달리 비교적 명확히 정의할 수 있으며, 간세포암종의 약 90%가 잘 알려진 위험인자와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이드라인들이 간세포암종의 고위험군에게 감시검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간세포암종 환자 중 약 80%는 기저 간경변증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원인에 상관없이 간경변증은 간세포암종 발생의 고위험군으로서 가장 중요한 감시검사 대상이다. 간세포암종의 위험인자로 만성 B형간염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간암환자의 약 70%를 차지하고, 만성 C형간염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의 간암환자의 약 30%를 차지하며 진단 당시 간경변증이나 진행된 간섬유화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간절제술을 받았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C형 간염과 관련된 간세포암종도 간경변증이 동반되지 않았던 경우가 32.5%라서 서양의 유병률 보고보다 낮았다. 이들 인자 이외에도 나이, 음주, 남자, 당뇨, 가족력, 간경변증 또는 진행된 간섬유화 등이 간세포암종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전에 발표된 간세포암종 감시검사에 대한 비용-효과 연구에 따르면 연간 간세포암종 발생률이 1.5%를 넘는 간경변증 인구집단에서는 간세포암종 감시검사가 비용대비 이득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렇지만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간세포암종은 기저 간경변증 없이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B형간염 환자군에서는 연간발생률이 적어도 0.2%를 넘을 때 간세포암종 감시검사 시행은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 연간발생률에 근거하면 원인에 관계없이 간경변증, 만성 B형간염, 진행된 섬유화 또는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는 만성 C형간염이 고위험군으로서 간세포암종 감시검사의 주된 대상군으로 간주될 수 있다. 다양한 원인의 간질환 자연경과에 대한 이전 연구들을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간경변증은 원인에 관계없이 간세포암종 발생의 가장 강력한 원인인자이며, 만성 B형간염 환자군과 간경변증 또는 진행된 간섬유화증이 동반되어 있는 만성 C형간염 환자군은 간세포암종 연간발생률이 각각 0.2%, 1.5%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감시검사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바이러스 간염이 아닌 알코올성 간질환 및 다른 원인의 간질환에서 간경변증이 불분명한 경우에 간세포암종 감시검사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또한 환자의 연령도 간세포암종 발생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연령별로 감시검사 대상군을 달리하여 적용하는 것에 대한 근거도 아직 미약하다. 이미 간경변증이 발생한 환자들을 제외하고는, 지방간질환에서 간세포암종 감시검사의 효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므로 간경변증이 없는 지방간 환자군에서 감시검사를 강력히 권고할만한 근거는 부족하다.
간세포암종 감시검사는 고위험군에게 정기적으로 간 초음파검사 단독 또는 혈청 AFP와 병행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권고된 감시검사법은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약간씩 달리 적용되어 시행되고 있다. 간세포암종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된 혈청 종양표지자들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들 중에서 AFP보다 간세포암종 진단에 정확도가 높다고 알려진 생체 표지자는 사실상 없기 때문에 그 동안 시행된 자료들도 거의 일률적으로 AFP에 국한된 정보만이 가능하다. 간세포암종 감시검사로 간 초음파검사 단독 혹은 간 초음파검사에 혈청 AFP를 추가로 시행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을 때 고위험군에서 조기병기의 간세포암종 발견에 대한 민감도는 약 60% 내외이
다. 만성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를 대상으로 감시검사의 목적으로 시행한 간 초음파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65-80%와 90% 이상으로 이는 알파태아단백 등 혈청학적 검사보다 간세포암종의 발견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혈청 AFP와 간 초음파검사 각각은 간세포암종 진단에 불완전한 방법이더라도 상호 보완적인 면이 있다. 16개 기존 연구들의 메타분석에서는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 AFP측정을 함께 시행하는 경우 민감도는 0.79 (95% CI, 0.57-0.91)로 간 초음파검사 단독으로 시행하였을 때와 비교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간세포암종 진단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0.69; 95% CI, 0.46- 0.85).13개의 기존 관련 연구들의 메타분석 결과에서도 초음파검사를 단독으로 했을 때 간세포암종 진단의 민감도가 63%였지만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 AFP를 병행했을 때 70%로 증가하였다. 간경변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7개 관련 연구들의 메타분석 결과 조기병기의 간세포암종 발견에 대한 민감도는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 AFP측정을 병행 또는 간초음파 검사 단독으로 시행하였을 때 각각 63%, 45%로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 AFP를 함께 시행하는 경우 민감도가 더 우수하였다. 종양 감시검사법의 효율은 종양표지자의 기준치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한 지역의 인구집단내 간세포암종 유병률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국가에서는 간 초음파검사만을 검진방법으로 권고하고 있으나, 간세포암종의 유병률이 높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 AFP 측정을 함께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종양 감시검사 주기는 종양배가시간, 근치적 치료가 불가능한 병기로의 이전(stage migration) 시간, 비용-대비 효과 및 환자의 생존증가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간세포암종 고위험군에서 효과적인 감시검사 주기는 아직 명확히 결정되지 않았지만 여러 가이드라인에서 3~12개월(대부분 6개월)을 권고하고 있다. 간세포암종의 검진주기를 6개월과 12개월로 나누어 비교한 이탈리아 연구에서 6개월 감시검사 주기는 12개월 주기에 비해 단일결절의 진단율을 향상시키지는 못하였고, 3개월 및 6개월 주기의 집중 감시검사를 비교한 전향적 무작위 연구에서도 소간세포암종 진단율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또 다른 이탈리아 후향적 관찰연구에서 6개월 간격으로 감시검사를 시행한 군은 12개월 주기의 군에 비해 초기 소간세포암종 발견율과 환자 생존이 증가하였다. 한편, 바이러스 간염환자들을 추적한 대만연구에서도 4개월 주기 방법은 12개월 방법에 비하여 생존효과 증가는 미미하였지만 초기병기의 소간세포암종 발견율이 더 우수하였다.또한 관련 연구들의 메타분석 결과에서도 6개월 주기 감시검사의 민감도는 70%로 12개월 주기의 감시검사 50%보다 더 높았다. 간경변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용-효과 연구에서 6개월 주기의 감시검사방법을 사용하였을 때 비용- 대비 더 효과적이고 환자들의 임상경과도 더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 시행된 간세포암종의 자연경과 관찰연구에서 5 cm 이하 종양의 배가시간은 약 4-7개월(범위: 136-204일)로 추산되었다. 6개월 검사주기는 간세포암종에 대한 감시검사의 생존 이득 효과를 입증했던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채택하였던 검사주기였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볼때, 간세포암종 감시검사에 대해 6개월 검사주기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안으로 생각된다.
간세포암종의 발생 빈도는 고위험군 내에서도 그 원인 질환 및 간경변증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되기 때문에, 다른 군보다 간세포암종 발생의 위험도가 더 높은 군들이 있을 수 있다. 임상적으로 간세포암종이 강력히 의심되는 상황에서 간 초음파검사상 결절이 발견되지 않거나 혹은 나쁜 음창 등의 이유로 인해 초음파검사가 불완전하게 시행되는 경우, 혈관조영제 조영증강 초음파, 역동적 조영증강 CT 또는 MRI 등의 대체 영상검사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본의 한 연구에서 혈관조영제 조영증강 초음파검사는 간내 혈류공급 및 혈관침범을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며 간세포암종 감시검사에 초음파검사 단독보다 비용-대비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간세포암종 진단에서 일반적으로 CT가 초음파보다 진단적 정확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군을 대상으로 시행된 한 미국의 무작위 배정 연구에서는 6개월 주기의 간 초음파검사가 1년 주기의 조영증강 CT 검사보다 간세포암종 감시검사로서 민감도가 더 높고 비용이 더 적게 들었다. 최근 국내에서 시행된 간경변증 환자 대상의 비교연구에서 간세포특이조영제 MRI가 초음파검사에 비하여 간세포암종 발견율이 높았고 위양성 비율이 낮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체 영상검사방법의 진단능에 대한 연구결과는 매우 제한적이므로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진단적 환경에서 연구된 CT나 MRI의 간세포암종 진단능에 대한 여러 결과를 감시검사 환경에서 바로 적용할 수는 없으며, 이들 대체 영상검사방법의 위해성, 접근성과 비용-효과 측면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다. 그러므로 향후 간세포암종의 감시검사로서 대체 검사방법의 올바른 적용을 위해서는 이들 검사법의 정확성과 더불어 비용, 그리고 잠재적 위해성 등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 연구가 필요하다.
[권고사항]
1. 간세포암종 고위험군[만성 B형간염(A1), 만성 C형간염(B1), 간경변증(A1)] 환자에서 감시검사를 시행한다.
2. 간세포암종 감시검사로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검사를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시행한다 (A1).
3. 간 초음파검사를 적절히 시행할 수 없는 경우 대체 검사로서 역동적 조영증강 CT 또는 역동적 조영증강 MRI 등을 시행할 수 있다 (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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