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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내과/서론

정밀알레르기학과 성분항원진단법의 활용 대한내과학회지: 제 95 권 제 1 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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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알레르기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환자 개개인의 원인 알레르겐을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특이 면역글로불린 E (specific IgE, sIgE)를 검출하는 혈청 검사가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다[1]. 널리 사용되는 혈청 검사에는 알레르겐의 조항원(crude extract)이 사용되는데, 이 조항원에는 여러 가지 항원 단백질이 혼합되어 있다. 자연의 알레르기 동식물로부터 분리한 조항원에는 그 생물 고유의 알레르겐도 포함되어 있고, 여러 다른 물질과의 교차반응을 보이는 알레르겐도 포함되어 있다[2].

이 중에서 임상적인 의미를 갖는 한 가지 성분항원 (component allergen)만을 검사하는 방법이 실험실적으로 고 안되었는데, 이를 성분항원진단법(component resolved diagnosis, CRD)이라고 한다. 알레르기 질환의 진단에 있어서 CRD의 장점은 환자 개개인의 분자생물학적 프로파일링 (molecular profiling)이 가능하다는 것이다[3]. 이것은 넓은 의미에서 분자알레르기학(molecular allergology)의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분자알레르기학은 1988년에 말벌독, 자작나무,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겐의 cDNA가 처음으로 클로닝 된 이래, CRD를 이용한 환자의 알레르겐 프로파일링으로 발전하였고, 최근에는 인터넷 기반의 알레고믹스(allergomics)를 이용한 접근도 가능해졌다[4]. CRD의 개념이 소개된 이래, 여러 가지 알레르기 동물, 식물에서 임상적인 의미를 갖는 단일 항원들이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흡입 알레르겐 중에는 자작나무 꽃가루의 Bet v 1 등이 유명하고, 식품 알레르겐 중에는 땅콩의 Ara h 2 등이 있다. 최근 유럽알레르기학회에서는 이들 성분항원의 이름과 성상 그리고 임상적인 의미를 집대성하여 「Molecular Allergology User’s Guide」를 출판하였다[5]. 본고에서는 이 사용자 가이드의 내용 중 현재 임상적으로 유용성이 높은 성분항원을 중 심으로 중요한 부분을 요약 정리하였다.

본 론

나무 꽃가루 알레르기–Bet v 1

자작나무 꽃가루의 주 알레르겐인 Bet v 1은 밤나무의 Cas c 1, 흰떡갈나무(white oak)의 Que a 1, 오리나무의 Aln g 1과 상동물(homologue)이다. PR-10 단백(pathogenesis related protein 10)으로 Bet v 1 sIgE 수치가 높다면 알레르겐 특이 면역 요법의 적응증이 된다. Bet v 1과 연관되는 중요한 임상 양상 으로는 일반적인 알레르기비결막염을 포함하여 구강알레르기증후군(oral allergy syndrome, OAS)이 있다[6]. Bet v 1에 감작된 OAS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작나무 조항원을 이용한 면역요법을 받은 12명의 환자 모두에서 구강 증상이 25% 이상 호전(9명, 50% 이상 개선)되었으며 면역요법 을 하지 않고 고식적 치료만을 시행한 15명에서는 2/3가 25% 미만의 구강 증상 개선을 보였다[7]. Bet v 1 sIgE는 현재 상업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므로 실제 진료 시에도 쉽게 측정하여 면역요법의 적응증이 되는 환자인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Table 1).

잔디 꽃가루 알레르기–Phl p 1

티모시건초(timothy grass)의 Group 1 알레르겐인 Phl p 1은 대부분의 온대기후 잔디(예, orchard, ryegrass) 및 아열대기후 잔디(예, bermuda, bahia)에도 상동물이 존재하고 있어서, 혈청에 존재하는 Phl p 1 sIgE는 환자가 잔디 꽃가루에 진성 감작(true sensitization)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중요한 표지자가 된다[8]. 따라서 Phl p 1 sIgE가 검출된다면 잔디 꽃가루를 이용한 면역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소수의 환자에서는 Phl p 1 sIgE가 검출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환자가 온대 지역에 살고 있다면 Phl p 5 sIgE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Phl p 1의 또 하나의 임상적 중요성은 티모시건초에의 한 알레르기 질환 발생이 있어 각 성분항원의 순차적 감작을 뜻하는 분자 확산(molecular spreading)의 최초 물질(initiative molecule)이라는 것이다[5]. Phl p 1 sIgE 역시 우리 나라에서 상업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다(Table 1).

잡초 꽃가루 알레르기–Amb a 1, Art v 1

잡초 꽃가루 성분항원 중에서는 돼지풀 꽃가루의 Group I 알레르겐으로 기능적으로는 pectate lyase인 Amb a 1과 쑥 꽃가루의 Group I 알레르겐이면서 defensin-like protein인 Art v 1이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비록 쑥 꽃가루에도 Amb a 1의 상동물인 Art v 6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돼지풀과 쑥에 의한 알레르기는 서로 교차반응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면역 치료 시에 두 가지 잡초를 모두 포함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중요하다[9]. 잡초 꽃가루 알레르기비결막염 환자에게 시행할 면역요법에 포함할 알레르겐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식물의 조항원을 이용한 피부시험을 시행한다. 어느 한 가지의 식물 에만 양성 반응을 보일 때는 그 식물만을 원인 알레르겐으로 보고 면역요법에 포함하면 되지만 두 가지 식물 모두에서 피부시험 결과가 양성이라면 Amb a 1과 Art v 1에 대한 sIgE를 측정하여 그 결과에 따라 최종적으로 면역요법 대상 알레르겐을 결정하는 것이 권장된다[5]. Amb a 1 sIgE와 Art v 1 sIgE 역시 상업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며 쉽게 임상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Table 1).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Der p 1, Der p 2, Der p 10

집먼지진드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흡입 알레르겐이다. Dermatophagoides pteronyssinus (DP)와 Dermatophagoides farinae, 두 종이 우리나라에서 중요하며, 본고에서는 DP 기준으로 설명하였다. 집먼지진드기에도 여러 개의 임상적으 로 유용한 성분항원들이 있는데, Der p 1, Der p 2, Der p 23은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 질환에서 분자 확산의 최초 물질이 된다[10]. 이것들과는 달리 Der p 10은 대표적인 교차반응항원이다. 기능적으로 Der p 10은 근육의 tropomyosin인데 이는 바퀴와 새우의 tropomyosin인 Bla g 7, Pen a 1과 상동물로 교차반응성을 가진다[11].

집먼지진드기에 의한 천식이나 알레르기비염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환경 관리나 면역요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조항원을 이용한 피부시험을 시행하고, Der p 1, Der p 2, Der p 10 sIgE를 측정하여 진성 감작과 교차반응을 감별한다 (Table 1). 결과의 해석은 피부시험이 양성이면서 Der p 1과 (또는) Der p 2 sIgE가 양성이면 환경 관리와 면역요법의 대상이 된다. 피부시험은 양성이나 Der p 1과 (또는) Der p 2 sIgE가 음성이면서 Der p 10 sIgE가 양성이라면 교차반응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면역요법은 고려하지 않는다. 피부시험이 음성이고 Der p 1과 (또는) Der p 2 sIgE가 음성인 경우, Der p 10 sIgE가 양성이라면 교차반응으로 생각하고 면역요법을 고려하지 않으며, Der p 10 sIgE 역시 음성이라면 다른 원인 알레르겐을 찾아보는 것이 권고된다[5].

땅콩 알레르기–Ara h 2

땅콩에 의한 식품 알레르기는 아나필락시스, 아토피 피부 염, OAS 등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땅콩에 포함된 여러 가지 성분항원 중 2S-albumin인 Ara h 2는 아나필락 시스와 관련성이 높다. Storage protein인 Ara h 2, Ara h 6, Ara h 7 등은 heat stable protein으로 조리 후에도 알레르겐으로 작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양도 많아서 아나필락시스 및 심한 전신 반응의 위험도가 올라간다[12]. 땅콩에 포함된 다른 성분항원으로는 profilin인 Ara h 5, PR-10인 Ara h 8, lipid transfer protein인 Ara h 9 등이 있다. 이 중 Ara h 8은 자작나무 꽃가루의 Bet v 1의 상동체로 OAS와 연관되어 있다[13].

땅콩 sIgE 수치와 경구유발시험 양성예측도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땅콩조항원 sIgE의 경우는 0.63 kU/L에서 경구시험 양성 예측도가 20%이며 87.9 kU/L일 때 80%가 되는 반면, Ara h 2 sIgE의 경우, 0.08 kU/L면 경구유발시험 양성 예측도가 20%이고 4.5 kU/L에서 80%에 달하였다[14]. Ara h 2 역시 상업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성분항원으로 쉽게 임상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Table 1)

밀 의존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Tri a 19

밀에 의한 알레르기 질환은 전형적인 어린이의 식품 알레르기, 흡입에 의한 제빵사 천식, 식품의존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특별히 밀의 존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 환자의 경우는 Tri a 19가 중요한 연관 성분항원이다[15]. Tri a 19는 omega-5 gliadin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상업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며,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Table 1)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에서 분자 확산과 정밀알레르기학

어떤 알레르기원(allergenic source)에 의한 병이 발생할 때, 서로 교차반응을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성분항원들에 대한 감작이 최초 물질로부터 순차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분자 확산의 개념이다[4]. 티모시건초에 의한 알레르기비결막염의 발병에 관여하는 최초 물질은 Phl p 1이다. Phl p 1 sIgE는 계절 증상이 생기기 전부터 검출이 된다. 증상이 처음으로 생기는 시기에 환자는 Phl p 2, Phl p 4에도 감작되어 있게 된다. 이후 매년 티모시건초에 노출되면서 증상은 심해지게 되는데, 이미 감작된 Phl p 1, Phl p 2, Phl p 4에 대한 sIgE 수치는 계속적으로 증가 하며, Phl p 5, Phl p 6, Phl p 11 등 다른 성분항원에 대한 감작이 일어나게 된다[16]. 집먼지진드기에 대한 감작과 질환 발생에서도 분자 확산이 관찰되는데, 722명을 대상으로 DP의 열 두 가지의 성분항원에 대한 sIgE를 측정한 한 연구에서는 Der p 1, Der p 2, Der p 23가 최초 물질이었으며 이후 감작되는 성분항원은 Der p 4, Der p 5, Der p 7, Der p 21 등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 집먼지진드기 감작의 분자 확산은 특정한 패턴을 보이지 않았고, 환자 개개인 별로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10]. 가까운 미래, CRD의 분자생물학적 개념은 ‘진단’을 넘어 환자 맞춤형 ‘치료’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는 알레르겐 면역요법(allergen immunotherapy)이라고 하면 알레르기원의 조항원을 이용하여 시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알레르기 질환에서 증상 시작 전에 관찰되는 최초 물질에 대한 감작만 이루어진 상태에서 면역요법을 시행한다면 질환에 대한 일차 예방이 가능할 수 있으며, 이는 개념적으로는 알레르겐 면역 예방(allergen immunprophylaxis)이라고 부를 수 있다. 또한 몇 가지 성분항원에만 감작되어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 조속히 치료적으로 개입하는 조기 알레르겐 면역요법(early allergen immunotherapy)도 환자 개개인에 맞추어 시행해 볼 수 있다[4]. 이와 더불어, 최근 알레르기학 분야에도 항 IgE 단클론항체, omalizumab을 시작으로 항 IL-5, 항 IL-4/13, 항 TSLP 단 클론항체 등 생물학적 제제의 개발과 임상 응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CRD의 개념을 이용한 진단 및 치료법과 함께 정밀 알레르기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17].

결 론

알레르기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원인 알레르겐의 규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CRD는 질환의 원인을 밝힘은 물론, 진성 감작과 교차반응을 구별하는 데 도움 이 되기 때문에 면역요법의 시행 여부와 치료에 포함될 알레르겐의 결정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Ara h 2, Tri a 19과 같은 성분항원은 특정한 임상 양상을 예측하는 생물학적 표지자(biomarker)로써 임상 의사들이 환자의 치료 계획을 결정하고 예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최근 의학 전반에는 정밀의학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으며, 알레르기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최초 물질로부터 시작하는 분자 확산의 개념을 통해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 및 발전에 걸친 자연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성분항원을 이용한 정밀알레르기학적 진단과 치료, 나아가서 일차 예방이 미래 알레르기학의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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