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
국내 많은 병원에서 CT 또는 MRI 조영제에 의한 오심, 구토 및 이에 동반된 흡인성 폐렴의 예방을 목적으로 조영증강 검사 전 금식을 시행하고 있다. 조영제의 발전과 함께 오심, 구토 등 부작용의 비율은 현저하게 감소하였으나 조영증강 검사 전 금식은 관행적으로 지속되어왔다. 이러한 금식지침은 전신마취 하에 시행하는 수술 전 금식에 대한 권고에 일부 근거를 두고 있다. 최근 개정된 전신마취 하 시술 전 금식 지침에서는 물과 같은 맑은 액체류(clear fluid)는 2시간, 수유는 4시간, 이유식 및 우유는 6시간, 고형식은 6시간의 금식을 권고하고 있으나, 마취를 하지 않거나 국소마취 하에 시행하는 시술에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관행적 검사 전 금식은 환자에게 불편감을 줄 뿐 아니라 소아 환자나 고령 환자에서 저혈당의 가능성, 조영제 관련 신독성의 위험성을 높이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여지가 있으며 응급 상황에서 중요한 진단의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이해 및 위험-이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조영증강 CT 시행 전 금식 시행 여부와 흡인성 폐렴을 포함한 합병증 발생률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대규모 연구를 통한 조사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Wagner 등은 1,000명의 환자 군을 대상으로 무작위 시험(randomized trial)을 시행하였는데, 조영제 주입 전 4시간 이상의 금식을 시행한 군과 금식을 하지 않은 군을 비교하였을 때 합병증 발생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고,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으나 금식을 시행한 군에서 오히려 오심 관련 증상의 발생이 많았다(0.4% vs. 0%). Oowaki 등도 금식을 시행한 군에서 조영증강 CT 이후 오심 및 구토의 발생이 더 많음을 보고한 바 있다. 한편, 여러 목적으로 검사 전 물이나 경구조영제와 같은 액체류를 마시고 시행한 3,537례의 조영증강 CT 또는 MRI 검사에서 흡인성 폐렴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또한 신기능 보호를 목적으로 관상동맥시술 및 조영술 전 경구수분 섭취를 한 1,008명의 결과에서도 오심, 구토 등에 의한 합병증은 없었다. Sutherland 등은 3시간 이상의 금식은 위 내용물의 감소에 영향이 없으며 오히려 위 내용물의 pH를 낮춰 흡인성 폐렴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 Lee 등이 조사한 한국, 미국, 프랑스, 독일, 호주, 이집트 6개국 69개 병원의 금식 프로토콜을 보면 병원 별로 조영증강 CT 전 금식 시간에 차이가 크며, 특히 프랑스와 독일의 병원 중 2/3에서는 액체류는 물론 고형식도 제한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CT 또는 MRI 조영제를 사용하는 검사 전, 흡인성 폐렴의 예방을 위한 금식이 필요하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 기존의 문헌들을 고려해 볼 때 물과 같은 맑은 액체류는 검사 직전까지 경구 섭취해도 안전한 검사가 가능하다. 고형식의 경우 역시 근거는 부족하나 긴 위 배출 시간에 따른 흡인성 폐렴의 위험을 고려할 때 환자에게 큰 불편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위험과 이득을 고려하여 금식 시간을 정해야 한다.